[김유성의 키워드경제]젠트리피케이션…소상공인의 눈물

  • 등록 2019-04-20 오후 2:02:00

    수정 2019-04-20 오후 2:02: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기에 있을 때 프랜차이즈 창업 붐이 일어날 때였습니다. 당시 인기 있던 창업 품목중 하나가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 회사들은 모두 자신들의 편의점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높다고 자랑하곤 했습니다.

고객이 편의점에서 샐러드를 살펴보고 있다.(이데일리DB,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한가지 의아한 점은 자기네 편의점들이 매출이 높다고 하면서도 막상 전국 1위 매출 편의점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특히 직영매장이 아닌 가맹점주 운영 매장의 경우는 말도 못 꺼내게 했습니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 왜 그런가 물어보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매출 1위 편의점을 찾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접게 됩니다.

왜일까요. 임대료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서울의 무슨 빌딩 편의점 매출이 전국 1위다더라’라는 보도가 나가면 임대료가 올라갑니다. 선의로 인터뷰에 응했던 편의점 점주들은 몇 해가 안돼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결국은 사업을 접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하네요. 선의로 응했던 인터뷰가 재앙이 됐던 것입니다.

상황은 요즘도 비슷합니다. 맛집 방송 등이 많아지면서 뜻하지 않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것이죠. 유명세를 타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원래 세입자를 쫓아내는 식입니다. 어찌 보면 소상공인의 계층 상승 사다리를 발로차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한번 방송을 타고 손님들이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원래 세입자를 쫓아내는 것입니다. 약탈적 자본주의의 한 전형으로, 소상공인의 계층 상승 사다리를 발로 차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결국은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즉 기업화된 자본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특색있는 거리는 다시 획일화되고 찾는 사람들은 적어지는 것입니다. 경리단길, 서촌, 북촌 등 개성 많고 실험적인 식당들이 생기면서 독특한 골목문화를 만들었던 서울 지역들이 또 한 예입니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단어는 슬럼가의 고급주택화를 뜻합니다. 젠트리가 신사, 일종의 중산층을 의미하는데, 그들의 지역이 된다는 뜻이죠. 사회학자 루스 글랜스가 1964년 영국 런던을 관찰하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본 젠트리피케이션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싼 임대료를 찾아 중산층이 빈민가로 이주하고 이는 그 지역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원주민은 더 외곽으로 밀려납니다. 슬럼가가 고급주거공간이 되는 것이죠. 지금은 고급 주택지역이 됐지만 첼시도 한 때는 대표적인 런던내 낙후 지역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가 (이데일리DB,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후에는 도시의 발전에 따라 원래 거주민이 쫓겨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와서는 외부인과 거대 상업자본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지칭할 때 쓰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도시 발달이 가져오는 한 단면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건물주들의 재산권 행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들의 재산권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도시의 발달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건물주의 재산 가치도 임차인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올라간 것입니다. 이런 노고를 생각한다면 그 가치를 공유해야한다는 생각도 필요합니다. 공동체 의식은 이런 때도 생각해야하는 것입니다. 자기 욕심만 부리다보면 결국 공실로 남게되고, 그것은 고스란히 손실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임차인을 배려하는 건물주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실의 활용성을 높아주는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간 공유입니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 오피스 기업이 대표적이죠.

공간공유 스타트업 스페이스클라우드 서비스 화면 (웹 캡처)
이외 남는 공간을 미팅 장소나 녹음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서비스 앱도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장소, 요일샵 등 다양한 방향으로 공간에 대한 활용성을 높여주는 사업입니다. 버려진 공간도 사람이 모이면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에 착안해 나온 것이죠.

결국은 함께 살아가고 공존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땅을 가진 사람들이 한발씩 양보하고 임차인이 나의 재산을 불려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여긴다면 수백 % 오른 임대료에 눈물짓는 소상공인들이 줄어들겠죠. 저성장 시대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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