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승부수'..창립 64주년 SK그룹, 수출 기업 탈바꿈

하이닉스 인수 후 그룹 누적 수출 3000억弗 돌파
'에너지·화학' 중심에서 'ICT' 수출 엔진 추가
작년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10% 이상 책임져
  • 등록 2017-04-09 오전 11:00:00

    수정 2017-04-09 오후 6:26:45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올해 창립 64주년(4월8일)을 맞은 SK그룹이 ICT(정보통신기술) 계열사의 성장에 힘입어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하며 기존 에너지·화학 중심이었던 그룹 체질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진 게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 등 그룹 내 ICT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은 37조4000억원과 수출 17조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 ICT 계열사의 매출은 17조6000억원, 수출 1300억원에 불과했다. 5년 만에 각각 2.1배, 130배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SK그룹의 전체 수출액은 524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4954억달러)의 11%를 담당하게 됐다.

최태원 회장, 하이닉스 인수…ICT 수출동력 확보

1등 공신은 역시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 인수 전후 SK그룹 ICT계열사 매출 및 수출 비교(단위: 조원, 자료: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에너지·화학 중심의 비즈니스만으로는 슬로우 데스(Slow Death)에 직면할 수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반도체에 3조4000억원을 베팅해 승부수를 던졌다.

SK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미래 가치를 알아본 것이 최 회장의 혜안이라면 적기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결단에 해당한다”며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앞세워 SK와 국가 산업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8340억원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까지 늘렸다. 매출 대비로는 8%에서 12%까지 높아졌다. 또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 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인수금액 대비 두배 이상 투자가 늘어난 셈이다.

최태원(오른쪽 첫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하이닉스 이천M14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의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룹의 ICT 계열사간 4차산업형 사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 반도체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최고경영자 직속 AI사업단을 독립조직으로 출범시켰다. 또한 5G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커넥티드카, 차세대 보안 솔루션 ‘양자암호통신’, 스마트홈 등 전통 통신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 융합형 ICT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SK㈜ C&C는 IBM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중심으로 국내 의료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IoT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핵심 기술 기반을 모두 갖추고 4차산업 혁명을 이끌 대표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에너지·화학 계열사도 60%대 수출 유지..글로벌 파트너링 전략 강화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SK케미칼(006120), SKC(011790) 등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은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매출 51조3000억원, 수출 30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수출비중이 58.9%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유지하던 수출비중 60% 이상 달성은 실패했지만 유가 급락과 수요 위축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은 해외 대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파트너링(Global Partnering)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시노펙(SINOPEC)과의 우한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 사빅(SABIC), 스페인 렙솔(Repsol), 일본 JX에너지 등과의 석유화학·윤활기유 합작사업이 대표적이다.

또 SK바이오팜은 올해말 미국에서 뇌전증과 수면장애 치료제 분야 신약승인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바이오 제약 분야의 글로벌 도약도 예상된다.

SK그룹의 2016년 에너지·화학과 ICT 등 전체 수출액은 524억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4954억 달러의 10.6%를 담당했다. SK하이닉스 인수 이전 6~7%에 불과했던 SK그룹의 수출 기여도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전무)은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한국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꾸준히 담당했다”며 “그룹 창립 이후 64년간의 패기와 지성을 바탕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국가경제에도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오른쪽 첫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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