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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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공동취재단] “눈 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했다.”
24일 오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속초에서 금강산으로 향하는 남측 방문단은 경로를 비켜간 태풍에 한 시름 놓은 모습이었다. 제21차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남측 방문단은 출발 시간이 한참 남은 이른 오전부터 숙소 앞을 서성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70여년간 헤어졌던 형을 만난단 생각에 이날 오전 2시쯤 일찌감치 눈을 뜬 목원선(85)씨는 “잠에서 깨자마자 뉴스를 틀어 태풍 경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목씨는 비가 내리를 창밖을 바라보면서도 “이 정도면 양호하다. 참 다행이다”며 “가슴이 두근두근만 댄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의 큰언니를 만나는 자매 김정자(83)·김정숙(81)씨는 밤늦게까지 언니 얘기를 하다가 오전 4시 30분부터 눈을 떠 출발을 기다렸다. 김정숙씨는 “어제는 좀 믿기지가 않고 그랬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언니를 만날 수 있구나, 진짜 보는거구나’ 싶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의 조카를 만나는 이복윤(79)씨 역시 “금강산에는 몇시에 도착하나”, “오늘 도착하면 몇 시간 동안 가족을 만날 수 있나” 등 질문을 이어가며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숙소를 찾아 이산가족을 면담하고 방문단 환송을 위해 하루를 머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상봉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로또 맞았다’고 하시는데 그만큼 힘들게 가신다는 말씀으로 당국자로서 참담하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봉 정례화,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 교환 등으로 이어지는 좋은 단초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속초를 출발한 우리측 방문단은 고성을 거쳐 오후에 금강산에 도착한다. 방문단은 이날 오후 3시쯤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상봉 일정을 시작한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번 행사를 통해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