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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중국경제가 30년간 저임금 고투자 고수출 전략에 힘입어 연평균 10%성장률을 달성했던 고성장기을 마감하고 2012년부터 7%대 중성장기로 접어들고 있고 중국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임금인상에 의한 내수진작과 중국 투자, 수출 및 가공무역 억제로 경제개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중국 수출의 70%이상을 중간재로 수출해 가공해서 미국 유럽 등지에 수출해 왔으나 대대적인 수출전략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수출전략 전환이 순조롭지 못해 2012년 이후 대중수출 증가율이 2% 대로 주저 앉고 있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어야 했다.
그러나 협상내용은 위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제외됐다. 현재 한국의 기술우위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기술 철강, 고기술 화학제품, 고기술 선박, 고기술 기계류, 고급의류와 화장품, 금융산업 등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품목이나 분야는 대부분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전략에 백기를 들었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으로는 중국시장을 파고 드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유사한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이번 한중FTA로 중국이라는 용의 등을 탈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변방국으로 전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한국시장을 지키면서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력과 브랜드가치 제고 밖에 없으므로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합심 노력해야 하고 중국 소득증대에 맞춰 금융 의료 관광 등 서비스의 수출화 및 비관세장벽도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중미간의 중립적 입장견지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