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중FTA, 기회인가 위기인가

  • 등록 2014-11-24 오전 9:23:08

    수정 2014-11-24 오전 9:23:08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겸 건국대 특임교수] 인구 13억, 국내총생산(GDP) 9조 달러, 연간 수입액만 2조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 진출확대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의의는 재차 강조할 필요도 없이 크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협상내용을 보는 심정은 기쁘기보다는 무겁다. 이 정도를 협상이라고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중국은 한국의 바로 이웃에 있는 경제규모 세계 2위의 대국인데다 기술력까지 급속하게 한국을 추격해 오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첫째는 한국이 기술우위에 있는 품목 조차도 기술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골든타임이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중국이 추격해 오기 전에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점이 반영됐어야 했다.

둘째는 중국경제가 30년간 저임금 고투자 고수출 전략에 힘입어 연평균 10%성장률을 달성했던 고성장기을 마감하고 2012년부터 7%대 중성장기로 접어들고 있고 중국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임금인상에 의한 내수진작과 중국 투자, 수출 및 가공무역 억제로 경제개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중국 수출의 70%이상을 중간재로 수출해 가공해서 미국 유럽 등지에 수출해 왔으나 대대적인 수출전략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수출전략 전환이 순조롭지 못해 2012년 이후 대중수출 증가율이 2% 대로 주저 앉고 있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어야 했다.

셋째로 중국은 한국의 바로 이웃에 있는 경제대국이고 임금이 한국의 1/6 수준이다. 기술력이 비슷한 중저가 제품은 싼 임금을 무기로 무차별적인 한국시장 진출이 예상된다. 중저가 제품 생산 한국기업들이 초토화되고 고기술 생산기업들은 중국이전이 가속화돼 제조업이 공동화될 수도 있다. 대책이 포함됐어야 했다.

그러나 협상내용은 위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제외됐다. 현재 한국의 기술우위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기술 철강, 고기술 화학제품, 고기술 선박, 고기술 기계류, 고급의류와 화장품, 금융산업 등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품목이나 분야는 대부분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전략에 백기를 들었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으로는 중국시장을 파고 드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유사한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쌀 보리 옥수수 감자 등 농산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 축산물, 사과 배 포도 감귤 등 과일 같은 600여 농축수산물을 잘 방어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지난 해 한국이 중국으로 부터 수입한 농축수산물은 25억 달러. 그 중 곡물은 3억 달러에 불과했다. 일부 농민단체과 야당일각에서 농축수산민 피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거니와 이를 얻어내기 위해 자동차 한 품목만 69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등 선전하고 있는 기술우위 품목의 대부분을 제외했다고 하니 할말을 잃게 한다. 무엇으로 중국시장을 확대한단 말인가.

한국은 이번 한중FTA로 중국이라는 용의 등을 탈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변방국으로 전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한국시장을 지키면서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력과 브랜드가치 제고 밖에 없으므로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합심 노력해야 하고 중국 소득증대에 맞춰 금융 의료 관광 등 서비스의 수출화 및 비관세장벽도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중미간의 중립적 입장견지도 중요한 과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모습 드러낸 괴물 미사일
  • 국민에게 "충성"
  • 화사, 팬 서비스
  • 오늘의 포즈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