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교수는 ‘강의’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이 상황에서 이 주장이 정의로운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화두를 던질 뿐이다.
극장식 강의실에서 토론형식으로 진행되는 샌델 교수의 ‘정의론’ 강의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혀 왔다. 그는 실제로 수업을 진행할 때 강의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다. 소크라테스처럼 묻고 또 물으면서 청중으로 하여금 스스로 사회 현안과 그 바탕에 깔린 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샌델 교수와의 인터뷰 역시 여느 인터뷰와는 달랐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해답이 아닌 질문으로 인터뷰를 또 하나의 토론의 장으로 만들었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강도 높은 경쟁이 자살률을 부추긴다고 답하자 그는 다시 자살과 경쟁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샌델 교수는 “자살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은 확실히 규정할 순 없다”고 전제했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행복을 규정할 때 보다 다양하고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인터뷰가 토론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샌델 교수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지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의 수업의 인기도 이해할 수 있었다.
샌델 교수와의 인터뷰에선 대화내용 보다 대화를 도출하는 과정이 더 시선을 끌었다. 한국 사회의 현상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토론과 논쟁 아울러 공론의 장을 중요시했다. 공생발전은 쌍방향으로 성찰하는 공론의 장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샌델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