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흘러흘러 가을로… 청계천 하류 숨은 명소10

  • 등록 2006-09-07 오전 11:20:00

    수정 2006-09-07 오전 11:20:00

[조선일보 제공] 고산자교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봤다. 물억새, 그리고 큰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령(길갱이)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키 크고 무성한 물억새와 수크령 사이로 산책하는 사람들 머리만 겨우 보였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잠자리채로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느라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끝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정신없이 복잡한 청계천 상류와 달리, 고산자교에서 중랑천 살곶이다리 근처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하류는 한적하다. 청계천 생태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 스스로의 변화도 물씬했다.


▲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령(길랭이).청계천 하류를 따라 무성하게 자랐다.
청계천 하류 산책


●고산자교에서부터 걷고 싶다면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고산자교까지 1㎞가 넘는다. 신답역에서 내려 고산자교 방향으로 올라갔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루트도 고려할 만하다. 살곶이다리에서는 한양대역이 가장 가깝다. 산책을 살곶이공원에서 끝낸 뒤 사근동길로 올라온다. 길을 건너 왼쪽으로 꺾어 한양대 담을 끼고 걸으면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2번 출구가 나온다.

 
●청계천 주변은 주차가 마땅치 않다. 살곶이공원 공영주차장에 세우는 게 안전하다. 소형차(12인승 미만) 10분 100원, 중형차(35인승 미만) 10분 200원, 대형차(35인승 이상) 10분 300원.


●고산자교에서 살곶이다리까지 거리는 약 3㎞. 여기저기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더니 2시간 30분쯤 걸렸다.


▲ (위에서부터) 충주 사과나무길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청계천 산책로 주변 야생화, 버드나무길, 철새서식지에서 헤엄치는 오리.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소개한 ‘청계천 하류 숨은 명소 10’를 돌아봤다. 자연의 변화는 고산자교 인근 충주 사과나무길(①)에서 가장 먼저 느껴졌다. 충북 충주시에서 기증한 사과나무 116그루가 고산자교와 신답철교 사이 300m 구간에 늘어서 있다. 사과는 아직 연두빛이지만 차츰 붉게 물들고 있다. 나무에 달린 사과는 많지 않았다. 호기심 지나친 일부 시민들이 익지도 않은 사과를 따갔기 때문이다. 사과나무를 감시하는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 할아버지는 “1300개쯤 맺혔던 사과 열매가 이제는 50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사과나무길에서 계단이나 내리막길을 따라 청계천변 산책로로 내려가자 수크령 식재지(②)가 펼쳐졌다. 여기에 수크령이 많다지만, 굳이 한 군데를 지목하기 어려울만큼 수크령과 물억새가 청계천을 따라 무성했다.


수크령 식재지에서 제2마장교쪽으로 내려가면 300평 규모 야생화학습장(③)이 나온다. 큰원추리, 달뿌리풀, 부들, 털부처꽃, 황해국, 노랑꽃창포, 하늘나리 등 야생화 39종이 심어져 있다. 요즘은 흰갈풀, 노랑원추리, 털부처꽃, 벌개미취, 금불초, 구절초 정도가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다. 야생화마다 안내판도 붙어 있다.


야생화학습장 옆 하얀 건물이 생태학습장(④)이다. 청계천의 자연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괜찮다. 생태 해설사와 함께 하는 풀잎 물들이기, 조류탐사교실, 물억새축제 등이 준비돼 있다. 참가신청은 시설관리공단(www.sisul.or.kr)에서 하면 된다. 청계천 건너편 신답철교 부근 언덕배기는 상주 감나무 식재지(⑤)다. 경북 상주시에서 기증한 감나무 90그루가 있는데, 큰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다.


생태학습장을 지나치자 설치미술작품이 서넛 보인다. 먼저 ‘신선도’가 눈에 들어왔다. 까맣고 반질반질한 마천석을 다듬어 만든 탁자와, 역시 마천석으로 된 의자 3개가 있다. 탁자 상판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실용 사물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하도록’이란 작가의 의도가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몇 걸음 더 가면 ‘Horizon of Lines-Ruler’란 작품이 있다. 청계천 위로 달리는 내부순환로 교각에 수위 표시 눈금을 연상케 하는 바코드가 붙었다. ‘실재와 작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하도록’이 작가의 의도라는데,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제2마장교 아래를 지나 조금 걸으면 징검다리가 나온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면 답십리동이다. 답십리동쪽 청계천 산책로에는 담양 대나무길(⑥)이 있다. 전남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 260그루가 시멘트 벽을 따라 늘어선 모습은 의외로 현대적이다. 이어 경남 하동에서 기증한 매실나무 250여 그루를 심은 하동 매실거리(⑦)다. 작년에 심어서인지 아직 작고 볼품 없다.


하동 매실거리와 머루 식재지(⑧), 버드나무길(⑨)을 지나면 장식 없이 간결한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다시 반대쪽으로 간다. 한양여대 뒤쯤 된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철새서식지(⑩)가 있다. 왜가리 한 마리가 물 한 가운데 부동자세로 서서 물고기를 노렸고, 흰뺨검둥오리 일가족은 수초 사이를 헤엄쳤다.


조금 더 가니 ‘살곶이다리’이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가장 긴 돌다리다. ‘씨름꾼 팔다리 같다’더니, 거칠고 투박한 석재를 끼워 맞춘 돌다리는 박력이 넘쳤다. 가을 산책은 여기서 끝. 가을 정취는 청계천 하류를 지나 한강으로 멈춤 없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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