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간첩단' 누명에 징역 7년 김신근 씨…55년만에 무죄 확정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2022년 재심 청구…지난 2월 무죄 선고
"가혹행위에 자백, 증거능력 없어" 대법 확정
  • 등록 2024-07-10 오전 8:44:02

    수정 2024-07-10 오전 8:44:0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른바 ‘유럽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신근(82) 씨가 재심을 통해 55년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유럽 간첩단 사건은 외국에서 유학 중 동베를린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생이던 김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고(故) 박노수 교수에게 포섭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1심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 교수와 그의 대학동창인 고 김규남 의원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1972년 7월 형이 집행됐다.

김씨는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지난 2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 김씨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불법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로 말미암아 중정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원심 및 재심 개시 전 당심 법정에서도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진술의 임의성, 증거능력, 국가보안법위반죄와 반공법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 교수와 김 의원의 유족도 재심을 청구해 2013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5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들과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김판수 씨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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