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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이사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단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에게 편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사회 취약계층 돌봄의 몫은 국가에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등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예산이 수백억이 든다면, 다른 데서 예산을 줄여서라도 해야 한다”며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고급승용차를 이용하지) 지하철을 탈 일이 없기에 이들의 절실함, 절박함을 외면한다”고 꼬집었다.
발달장애 부모의 평생소원은 자녀보다 하루 먼저 일찍 죽는 것이라고 한다. 돌봄을 오롯이 감당한 부모는 자신이 떠난 세상에서 자녀가 홀로 살아가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다. 백 이사는 전날 40대 후반이 된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봐온 부모를 만난 일화를 전하면서 “이들이 연로해지면서 이제는 자녀를 돌볼 힘이 없어 어려워한다”며 “돌봄의 굴레를 개인의 문제로 여길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장애아동의 재활과 치료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에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코로나19 여파로 54억원(2020년 기준) 적자를 봤다. 백 이사는 “작년 4월 28일이 병원 설립 5주년이었는데 어렵다는 소식을 들은 김정주 회장이 2년에 걸쳐 3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며 “작년 연말 15억원 기부로 큰 위기를 넘겼는데 갑작스러운 비보에 재단 직원들 모두 ‘멘붕’이었다”고 생전 뜻을 이어갈 수 있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대전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고 있지만, 권역별로 생기면 장거리 이동 없이도 재활과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보험 수가를 현실화하는 등 적자구조를 변경하는데 정치권이 나서 민간병원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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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이사는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구조를 만든다면 우리 사회의 부담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애아동이 성장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애청년을 위한 일자리 모델로 ‘여주시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백 이사는 “일할 의지가 있는 발달장애 청년을 조사해봤더니 생명체 키우는 것을 선호해 표고버섯과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며 “38명 발달장애 청년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일하고 있는데 처음에 눈도 못 마주쳤던 이들이 급여를 받고 일을 하게 되니 자존감이 높아지고, 연로한 부모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장애아동뿐 아니라 그 가족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백 이사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 절반이 우울증을 앓고, 자녀 돌봄에 자신의 생활을 잃어버리는데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게 장애아동을 돌보는 것만큼 중요하다. 소외된 형제·자매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장애아동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 전체,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