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압박에 김선종 `줄기세포 섞어심기` 저질러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등에 따른 결론
황교수, 대질신문서 "맞춤형 줄기세포 없다" 인정
  • 등록 2006-05-12 오전 10:30:10

    수정 2006-05-12 오전 10:20:17

[이데일리 조용철기자]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홍만표 부장검사)은 12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정란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황우석 전교수도 이번 수사과정(김선종과의 대질조사)을 통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섞어심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논문조작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이날 검찰조사결과 김선종 전 연구원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줄기세포 확립을 심하게 독려하자 심리적 중압감과 책임감에 큰 부담을 가졌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된 NT-1번은 자가핵이식 방식에 의한 줄기세포로서 난자를 제공할 수 있는 여성의 경우에만 줄기세포 확립이 가능하다는 자체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또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기재된 바와 같이 NT-1번의 처녀생식 논란가능성이 있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완전한 줄기세포 확립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타가핵이식 방식에 의한 소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확립해 조기에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NT-1 확립 이후 박종혁, 김선종 당시 연구원을 통해 NT-2 확립을 위해 수십회에 걸쳐 타가 핵이식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황 전 교수는 매번 `이것만 되면 되는데, 나는 더 여한이 없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김선종 전 연구원에게 줄기세포 확립을 심하게 독려했다.

2002년 10월부터 김선종 전 연구원은 박종혁 당시 연구원을 보조해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함께 담당하다가 2004년 8월 박 연구원의 미국유학 이후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전담하게 되자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책임감이 가중됐다.

◇충동적·우발적 동기에 의한 1차 섞어심기(NI-2번)

당시 김선종 연구원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윤현수 교수에게 서울대 출장 연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가 거부되는 등 서울대 출장연구를 중단하려고 시도했다.

2004년 9월 17일경 김수 연구원이 핵이식을 실시한 후 24일경 세포관찰시 배반포로 형성된 것이 하나 확인되었고 그 상태도 좋아 보여 황 전 교수 뿐 아니라 권대기, 김수 연구원 등도 모두 줄기세포 형성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배반포 내부세포괴를 부착한 후부터 7일 정도 지나자 세포가 죽어가는 것으로 보였고 황 전 교수도 세포 상태가 안좋아지자 김선종 전 연구원에게 `계속 줄기세포가 만들어져야 된다. 만들어질 수 있겠냐`고 계속해서 물었지만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줄기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황 전 교수의 줄기세포 확립의 기대가 매우 큰 상황에서 2004년 10월 5일 아침 세포관찰 시간에 NT-2번의 배반포 내부세포괴가 갑자기 영양세포에서 떨어져 나갔다.

김 전 연구원은 황 전 교수가 김 전 연구원에게 `어떻게 하느냐, 큰일이다`라고 하면서 큰 실망과 걱정을 하자 NT-1번 수립공로로 황 전 교수의 후원을 받아 미국 피츠버그대학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박종혁 연구원과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을 갖게 됐다.

이에 김 전 연구원은 즉시 미즈메디 연구소로 가서 영양세포 접시에 자신이 배양하던 수정란 줄기세포의 일부 클럼프를 숨겨 서울대 연구실로 가져와 서울대 NT-2번 배반포의 내부세포괴와 섞어심음으로써 충동적·우발적으로 최초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시도했다.

◇1차 섞어심기 성공 후, 추가 섞어심기 감행

김 전 연구원은 1차 섞어심기 이후 최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확립으로 서울대 실험실이 축제분위기로 바뀌고, 자신의 행위가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황 전 교수가 계속 줄기세포 추가 확립을 재촉하자 50여일만에 같은 방법으로 NT-3번에 대한 섞어심기를 시도, NT-3번 콜로니가 형성됐다.

이어 17일만인 2004년 12월 10일 같은 방법으로 NT-4, 5, 6, 7번에 대한 섞어심기를 실시해 12월 11일경 NT-4, 5, 6, 7번의 콜로니가 일거에 형성됨으로써 황 전 교수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원의 실수로 지난해 1월 9일 실험실 내에서 발생한 오염사고로 NT-4, 5, 6, 7번 줄기세포가 사멸했지만 이미 사이언스에 게재할 논문을 준비하면서 논문에 게재할 줄기세포 확립수를 11개로 정했으므로 줄기세포 수를 이에 맞추기 위해 김 전 연구원에게 추가 줄기세포 확립을 독려했다.

김 전 연구원은 줄기세포수가 11개로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 황 전 교수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시 지난해 3월 7일 NT-8, 10, 11, 13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하여 3월 9일경 NT-8, 10, 11, 13번 콜로니가 형성됐다.

지난해 4월 20일에는 황 전 교수가 오염사고로 사멸한 NT-4번의 체세포를 이용한 NT-4+번과 NT-14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하여 지난해 4월 22일 NT-4+번과 NT-14번의 콜로니가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황 전 교수의 기대에 다시 한번 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과정에서 습관화된 도덕적 불감증

김 전 연구원은 2003년 12월 자신이 배양하던 NT-1번의 분화현상이 심해지자 미즈메디 연구소에서 확립한 수정란 줄기세포 Miz-1번을 섞어 함께 배양했다.

또 미즈메디 연구소에서 재직하던 중 1저자로서 200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작성한 줄기세포 관련 미즈메디 연구논문 4편의 실험결과와 사진을 조작하고 조작한 논문 4편을 근거로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을 한양대에 제출하여 지난해 8월 박사학위를 부당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연구원이 박종혁 당시 연구원이 황 전 교수의 추천으로 피츠버그대학의 새튼 연구실로 박사후연구과정을 가게된 것을 보고 학계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황 전 교수로부터 NT-1번을 수립한 박종혁 연구원보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학자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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