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에 펄프가 사용된다고? [생활속산업이야기]

38)건축재료로 사용되는 펄프 및 종이 다양
펄프 유래 천연 소재 셀룰로오스, 천연 바인더
보도블록에 펄프 사용돼 투수성 10배 상향
건축 마감재 벽지 및 석고 보드까지
  • 등록 2024-10-05 오전 9:00:00

    수정 2024-10-05 오전 9:00:00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페인트, 종이, 시멘트, 가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페인트-종이-시멘트-가구-농업·농기계)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무림P&P 임건 펄프제품개발팀장] 날씨가 제법 선선해져 가족들과 오랜만에 경복궁 나들이를 했다. 경복궁 창건 당시 다양한 건축 공법이 적용됐다는 고궁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뛰어난 우리나라 건축 기술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건축의 날’을 경복궁 창건일로 택했을 정도로 건축 업계에서도 경복궁의 건축술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궁궐 외에도 서민 가옥에 사용된 전통 건축 기법은 보통 목재로 뼈대를 세우고 흙에 섬유질(볏짚 등)을 개어 벽에 바르고 한지(벽지)를 이용해 마감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현대 건축에서도 여전히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이미 종이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10월 8일에 진행되는 ‘제20회 대한민국 건축의 날’ 기념 행사를 맞아, 이번 코너에서는 펄프와 종이가 우리 생활 속 건축 재료로써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펄프로부터 얻어지는 천연 소재인 셀룰로오스는 보통 흙이나 골재, 시멘트 등 건축 재료와 섞였을 때 여타 건축 재료들을 단단히 결속시켜 결합 강도를 한층 높여준다. 마치 천연 바인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도로에 포장하는 SMA(Stone Mastic Asphalt) 아스팔트의 경우, 소량의 펄프를 첨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아스팔트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균열 및 노화를 줄여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보도블록에도 펄프가 사용된다. 비가 오는 날, 보도블록 위를 걷다 보면 물이 튀어 운동화가 젖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빗물이 잘 빠지지 않아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국내 한 스타트업(한국고서이엔지)이 전량 폐기되고 있는 굴 껍질을 재활용해 빗물이 잘 빠지는 친환경 블록을 개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기존에도 튼튼하고 투수 성능(물 빠짐 특성)이 좋은 보도블록 제품들이 있지만 제품 생산에 사용된 원료의 단가가 비싸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한국고서이엔지는 국내 유일하게 천연 생펄프를 생산하는 ‘무림P&P’와 공동 연구를 통해 액상(슬러리) 형태의 펄프를 보도블록에 적용, 제조 원가를 낮추면서 동시에 유연성(휨 강도)과 투수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기존 보도블록과 비교해(두께 6T 제품 기준) 휨 강도가 10% 이상 개선되었으며, 투수 성능은 무려 10배 이상 개선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수블록은 초등학교 통학로에 시공돼 빗 속에서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길을 책임지는 등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투수블록 시장은 약 3000억원 수준이며 지구 온난화로 국지성 호우에 의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투수블록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종이 자체가 건축 마감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벽지와 석고 보드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도배(벽지)문화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흙벽에 한지를 발라 방 안의 습도를 조절해 왔으며, 세련된 컬러 벽지를 통해 깔끔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어 지금도 도배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벽과 목조 주택 문화에 익숙한 서양에서, K-드라마 속 한국 가정집의 형형색색 벽지를 보고 매력에 빠져 한국산 벽지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벽지용으로 사용되는 원지는 일반 종이와 달리, 도배를 위해 풀칠을 하더라도 크기가 줄거나 물러지지 않도록 강도를 특별히 신경을 써 생산된다. 벽지원지 시장은 보통 이사 수요나 건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과거에는 한 달에 1만톤에 육박할 만큼 수요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약 7000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고 보드는 건축물의 천장이나 벽체에 사용하는 건축 자재로, 두 장의 석고 보드 원지 사이에 석고 반죽을 판상으로 성형해 건조시킨 것을 말한다. 우수한 차음성을 가지고 있어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을 위한 세대간 경계벽, 소음 방지가 필요한 벽에 주로 쓰인다. 최근엔 층간, 벽간 소음이 이슈화되면서 지속적으로 그 사용량이 늘고 있으며, 석고 보드 원지 또한 한 달에 약 1만3000톤이 사용될 정도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방음 목적 외에도 방화, 방수, 방균 보드로도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기능에 따라 석고 보드 원지도 색상과 품질을 달리해 생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벽돌 등이 주로 건축재료로 사용되는 줄 알고 있지만, 이처럼 펄프와 종이가 다양한 건축 분야에서 활용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면 관계 상 그 사용처를 더 많이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주위에서 건축 소재로써 종이가 사용된 사례를 한번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임건 무림P&P 펄프제품개발팀장 (이미지=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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