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되면서 여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규상 본인 귀책사유로 구청장 직(職)을 상실했던 만큼 무공천을 고려했지만, 김 전 구청장이 사면 직후 ‘강서구 역할론’을 강조하며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만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당 험지인 강서구에서 패배할 경우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선거 참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실형을 받았던 김 전 구청장이 석 달 만에 사면·복권되면서 당내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당초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형이 확정됐던 만큼 무공천을 고려했다. 당규상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경우 무공천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김 전 구청장이 성 비위 사건이나 선거법 위반이 아닌 공익신고 목적으로 직을 박탈당했던 만큼 후보자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이번 특별 사면에 윤심(윤석열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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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김 전 구청장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특별사면을 ‘공익신고자 코스프레’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표현을 쓰며 날을 세웠다. 그는 “도둑놈(조국 전 장관)을 잡으라고 신고했더니 도둑놈이 신고자에게 나쁜 놈이라고 한다”며 “(저를) 정식 공문으로 공인신고자로 지정한 정부는 문재인 국민권익위원회다. 조 전 장관은 세치혀로 자기 잘못을 가릴 시간에 재판 대응이나 잘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당 일각에서는 무공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강서구는 김 전 구청장이 집권하기 이전에 민주당 출신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3번이나 연임했을 정도로 민주당 텃밭인 지역이다. 여기에 지난 2021년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비위 사태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바꿔 공천을 했던 것을 여권에서 강력 비판했던 만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강서구청장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이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곳이 아닌데다 사실상 재선거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이재명 민주당 체제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며 “(김 전 구청장에 대한) 형이 확정되고 석 달 만에 사면된 것도 대통령이 사실상 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론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앞서 6월30일부터 시작한 강서구청장 보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에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과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다만 당 지도부가 아직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이들은 오는 9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되는 본후보 등록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에서는 김양정 전 청와대 행정관, 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권오중 전 서울시청 정무수석 비서관 등 총 13명이 지원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후보자에 대한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