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8시 남해워킹테라피센터의 야외데크. 40~50대 여성 10명이 요가를 시작했다. 사흘 동안 반복하면서 동작은 익숙해졌지만, 마음과 달리 아직 뻣뻣한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시간 요가를 마친 후엔 매트에 누워 시원한 남해바람에 나뭇잎들이 살랑이는 하늘을 바라봤다.
남해 농가에서 키운 야채로 버무린 샐러드와 과일로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10시 남파랑길 걷기에 나섰다. 역시 사흘째 같은 시간 떠나는 노르딕워킹. 두 개의 스틱을 짚고 걷는 전신 운동으로 일반적인 걷기보다 체력소모가 크다. 스틱에 실리는 힘으로 무릎을 보호하고, 신경 써서 바른 걷기를 할 수 있게 돕는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풍광 아름다운 남파랑길을 따라 걷는 경험은 경남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남해바래길도 있는데, 엄마들이 소쿠리 이고 일하러 나가던 걸 ‘바래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이 꽃은 불도화, 저건 열무꽃이에요.”
시금치, 돌미역, 멍게 등 남해의 신선한 재료들로 차려진 점심식사를 한 뒤엔 마음공부와 명상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남은 오후는 고사리밭길, 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등 관광과 걷기를 겸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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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여자들은 서울과 경기 등에서 찾아와 4박 5일 머물면서 함께 했다. 낯선 사이였지만, ‘자연에서 치유를 얻으러 온 중년 여성’이란 공통분모 덕분에 친해지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엔 펜션숙소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 동안 느낀 소감들, 사는 얘기들을 나눴다.
중년 여성의 건강을 살펴주는 이번 프로그램엔 실시간 혈당체크도 할 수 있게 제공됐다. 몸에 소형 혈당측정기 센서를 부착하고 모바일 앱과 연동시켜, 원할 때마다 언제든 자신의 혈당량 변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중년이라면 건강을 위해서 체중처럼 혈당도 관리해야 해서다.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양, 운동의 강도와 시간 등에 따른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 혈당 관리를 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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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모씨는 “반복과 규칙을 싫어했는데 요가와 걷기 등 매일 같은 스케줄이 좋은 루틴을 만들어줬고 중년 여성 몸의 특징을 짚어주면서 자세를 잡아줬다”며 “몸에 익을 때까지 최소 2주 정도 머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또래와 함께 운동하고 교감하는 활동은 전문가들도 갱년기 여성에 적극 권하는 바다.
대한갱년기학회 오한진 박사는 “갱년기에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생기는 여러 신체적 문제를 회복하는 데 가장 좋은 게 운동”이라며 “또래 여성들과 여행을 하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해주는 건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몸의 행복 호르몬과 같은 세로토닌은 낮에 태양을 보고 몸을 움직일 때 만들어져서 우울감을 낮춰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며 “세로토닌은 깜깜해지면 멜라토닌으로 변해서 잠을 잘 자게 도와준다, 갱년기 여성에 야외 활동이 좋은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