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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던진 특명이다. 당시 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SK CEO들은 앞으로 어떤 것들을 공유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달라”고 숙제를 냈다.
최 회장이 SK그룹의 경영 화두로 강조해 온 ‘공유경제’가 해외에서 결실을 맺었다. 최 회장 표 공유경제의 첫 작품이랄 수 있는 쏘카가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지주회사 SK는 2015년 590억원을 투자해 공유경제 기반의 카셰어링업체 쏘카 지분을 인수한 이뒤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쏟아왔지만 관련 기술 개발에 머물러 있었다.
SK㈜는 최근 합작법인 쏘카 말레이시아를 출범하고 차량공유 서비스(카셰어링)를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에 240여 대 차량과 100여 개의 쏘카 존을 보유하는 등 현지 최대 규모다. 카셰어링은 고객이 10분 단위로 필요한 만큼만 자동차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쏘카는 지난 2012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 현재 전국 3200여 개의 쏘카존에서 8200여대의 쏘카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SK㈜의 지분투자 이후 SK그룹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차량 관련 서비스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올해 회원 수 340만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1위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쏘카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공유 경제’를 활용한 성장전략이 해외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환경오염 등 차량소유로 발생하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착한 투자다. 글로벌 공유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유망 투자영역”이라며 “카셰어링 영역에서 새로운 글로벌 협력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회장은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한 뒤 ‘생태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딱 내가 생각해 온 아이템이다. 내가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201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이어 2014년엔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229페이지 분량의 책도 출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쏘카의 해외 진출은 SK가 정치적 측면을 떠나 진정성 있게 공유경제를 고민하고 추진한 덕분”이라며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