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잃은 것도 서러운데…'' 주차장으로 전락한 이주단지

부산 강서구 범방이주단지 컨테이너 차량 주차장으로 전락, 구청은 나몰라라
  • 등록 2010-09-13 오전 10:03:00

    수정 2010-09-13 오전 10:03:00


 
[노컷뉴스 제공] 부산 강서구 범방이주단지가 입주를 시작한지 2년 가까이 되도록 2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입주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을이 컨테이너 화물차의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어 고향을 떠나온 이주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이달 초 강서구 부산경남경마공원 앞 범방이주단지,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대형 컨테이너를 실을 화물차들이 하나둘씩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을 공동주차장은 미리 도착한 화물차들로 빽빽이 들어찼고, 계속해서 들어오는 차량들은 마을 통행로에 양 갈래로 불법주차를 시도한다.

놀이터와 주정차 금지 표지판 등 비롯한 마을 곳곳에 추차차량들에 긁힌 상흔이 남아있다.

화물차 기사에게 마을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보니 저녁 식사를 하려고 왔다고 대답했다.

한 화물차 기사는 "신항에서 나오는 물류를 운송하다보면 밥을 먹을 곳이 없다"며 "마을 주민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 같이 마을을 점령하는 화물차들의 습격에 사고위험은 둘째 치고라도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주민 이 모(59)씨는 "새벽만 되면 천둥치는 것 같은 차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기사들하고 싸움도 해보고 마을 입구를 막아도 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또 "특히 주말이면 마을 골목골목에 컨테이너만 남겨놓고 기사들은 어디로 사라져서 사람도 많이 없는 마을이 더욱 음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마공원 조성으로 고향땅을 잃게된 원주민들을 위해 만든 범방이주단지는 지난해 초 입주를 시작해 1년 반이 지났지만 입주대상 92가구 중 18가구만이 이주를 마쳤다. 밤이 되면 음침한 분위기까지 감도는 단지내에 화물차들이 진을 치자 입주를 미루는 주민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주민 황 모(63)씨는 "원래대로라면 지난달에 입주를 하려고 했는데, 컨테이너 차들 때문에 무서워서 이사를 못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에 주민센터가 생기니 그때는 어떻게 좀 정비가 되겠지 하는 마음에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통하는 세곳의 출입로중 두 곳에 타이어와 가전제품 등으로 엉기성기 방어막을 쳐놓고 수십차례에 걸쳐 해당 강서구청에 신고를 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구청 담당부서는 낮과 저녁 두차례에 걸쳐 계도를 한다며, 퇴근 시간 뒤 단속을 하는 것은어렵다며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답변을 늘어았다.

구청 관계자는 "평일 낮시간대에 해당동네에 가서 주차계도를 하고 있다"면서도 "지리적으로 마을과 마을이 거리가 있는 강서구의 특성상 야간시간에까지 주차단속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들어 이주단지내에서 불법주차로 단속 된 차량을 단 한대도 없었다.

개발에 등 떠밀려 고향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을 잡으려 하는 이주민들은 구청의 무관심 속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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