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결과 혈액에서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의사는 “그나마 감염여부를 빨리 알아내 다행”이라며 “최근엔 약이 좋아져 내성 없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눌러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도 아닌데 왜 HIV에 감염됐냐’는 A씨의 질문에 의사는 “성매매 여성 중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에게서 옮아 잠복해 있다가 A씨에게 퍼뜨린 것”이라고 답했다. 확진 후 삶을 마감할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HIV 보균 사실을 받아 들이고 약을 먹고 있는 중이다. 지난 겨울과 이번 여름 혈액검사에서 면역세포가 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기침, 발열 등 급성 초기증상 무시하고 지나가
A씨에게 나타났던 독감 비슷한 증상은 HIV 감염의 초기 급성 반응이다. 발열, 근육통을 비롯해 관절통,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피부발진 등 다양하다. 한 달 정도 앓고 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A처럼 심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의미다. 30~50%는 이런 급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HIV에 감염되면 10년 정도 ‘잠복기’ 상태에 돌입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를 뿐 면역세포는 서서히 파괴된다.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잠복기 동안에 성생활을 했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HIV를 옮기게 된다”며 “HIV감염이나 에이즈를 단순히 ‘동성애 관련 질병’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동성애’ 아닌 ‘고위험 성생활’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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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두려움 때문에 검사 안 해
하지만 자신이 HIV에 걸렸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봐, 혹은 ‘설마 내가 걸리겠어’하는 두려움과 무지 때문에 실제 스스로 검사기관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형식 센터장은 “동성애자가 감염위험이 높다는 것조차 모르는 감염자도 있다”며 “대부분이 건강검진이나 병원 치료, 헌혈 중 검사 과정에서 밝혀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한 번씩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빨리 진단받으면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그러면 ‘무증상’ 상태로 HIV 번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보건소나 병원에서 익명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HIV는 돌연변이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하루에 20알 이상 약을 먹어야 했다. 또 약마다 먹는 시간이 달라 그야말로 ‘약만 먹다 하루를 다 보내는’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내성이 생겨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HIV 관리가 가능해졌다. 김신우 교수는 “HIV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에는 에이즈가 ‘걸리면 죽는 공포스러은 병’이었지만 이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으로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해결 방법이 있는 만큼 무조건 숨기거나 검사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막는 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