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배려는 남녀의 평균수명을 볼 때 그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남성의 평균수명은 여성보다 짧다. 통계청 생명표(2011년)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수명은 77.6세로 여성의 84.5세보다 7세가량 짧다. 또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보다 두세 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편이 죽고 난 다음 아내는 10년가량을 홀로 살아야 한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세상을 뜨지 않는 이상 여성이 혼자 살아가야 할 10년을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새로운 은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400만 가구를 웃도는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의 비중이 절반가량인 46.7%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절반을 여성 1인 가구로 추정하면 혼자 사는 할머니가 100만 가구인 셈이다.
따라서 아내가 홀로 남게 되는 1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퇴설계의 무게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아내를 위한 생활비와 의료비, 주거, 가족과의 관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은 “남편 사별 후 홀로 지내는 부인을 위해 어디서 거주할 것인가. 어떤 연금이 있는가. 의료비와 요양경비를 준비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예상 은퇴 기간과 필요자금을 예측하고 부부형 연금을 통해 남은 배우자의 사망 시까지 지속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금은 부부가 각각 하나씩 가입하고,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라도 생활비를 조금씩 절약해 가입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은 주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하면 액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남은 가족이 계속 유족연금을 타게 되므로 대표적인 부부형 연금이다. 이밖에 연금보험에 가입할 때 부부 중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큰 부인을 피보험자로 지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상 연금보험은 피 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여성의 간병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남편 사별 후 홀로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부인의 간병 대책은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노인의 84%가 배우자에게 간병을 받았다. 반면 남편에게 간병을 받은 여성 노인은 29%에 그쳤다. 따라서 부인의 노후를 위해 최소한 3년 이상의 요양경비를 마련하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