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쪽 끝 :: 가거도 여행 (1)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보면 새 길이 보이리
  • 등록 2007-05-31 오전 11:40:00

    수정 2007-05-31 오전 9:46:17

▲ 한국에서 가장 늦은 일출을 보았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 우리나라 최서남단 땅이다.

 
[조선일보 제공] 동화책에 나오는 전설의 섬이 이럴까. 어릴 적 TV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을 본 적이 있다면, 주인공 코난이 살던 고향 섬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지 모르겠다. 선착장에 내려 둘러본 가거도(可居島) 풍광은 딱 그렇다.

여기 사람들은 '중국의 새벽닭 소리가 들린다'고 우스개를 한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떠 있는 섬이다. 동경 125도7분, 북위 34도4분.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서남쪽 방향 145㎞, 뱃길로는 233㎞나 떨어졌다. 대한민국에서 남쪽 끝은 마라도, 동쪽 끝은 독도, 서쪽 끝은 가거도지만, 가장 덜 알려졌다. 하지만, '소(小)흑산도'라고 하면, "아, 거기"하고 무릎을 칠 분들이 많을 것.

선착장 옆으로 해안을 따라 거칠고 가파른 절벽이 바다를 향해 수직 낙하한다. 섬 전체가 거대한 절벽이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에서 까만 점들이 줄지어 깡총거린다. 돌 사이에 난 풀을 뜯어먹는 흑염소 가족이다. 주민이 풀어 키우던 염소들인데, 이제는 야생 염소가 다 돼서 잡히지도 않는다.

선착장이 있는 대리 마을 뒤로는 각도가 45도는 되 보이는 구릉이 정상을 향해 급하게 솟구친다. 독실산이다. 높이 639m라니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지만, 해발 '0m'인 바닷가에서 올려다본 산은 웅장하다. 남성적이다. 산 정상은 날 맑은 가을 며칠만 제외하면 항상 구름에 쌓여있다.

섬 전체는 후박나무로 덮혀있다. 가거도 자체가 거대한 후박나무 군락지이다. 후박나무 외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굴거리나무, 천리향이 빽빽이 우거졌다. 숲속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흰꽃을 피우는 백세우란과 노란꽃이 매혹적인 금세우란이 여기저기 보인다. 상황버섯, 음양곽, 현삼, 목단피, 갈근 같은 귀한 약초가 나무 밑에서 자생한다.

하늘에는 흑비둘기, 흰날개해오라기, 바다직박구리가 날아다닌다.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들이다. 이 섬에서 백로는 귀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찬밥 신세다. 섬 여기저기 풀밭에 백로가 비둘기처럼 떼지어 살고 있다. 온몸이 온통 검은 제비나비, 검은 날개 끄트머리에 코발트빛을 세련되게 두른 청띄제비나비 수천 수만 마리가 태풍 직전 나타나 비와 바람을 피한 뒤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나비 뿐 아니다. 풍랑이 일거나 폭풍이 몰아칠 때면 인근 동지나해에서 고기 잡던 어선들도 가거도로 피항한다. 폭풍이 잦은 겨울철에는 선착장에서 중국어가 한국말만큼 많이 들린다.

전라남도는 '한국의 서남단 끝'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가거도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홍보물을 만들어 전국 관광안내소에 뿌리는 등 노력 중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이 아니라도, 한 번은 보고 싶을만큼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섬, 가거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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