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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특성 반영한 주주우대제
‘주주우대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대우전자가 처음이었다. △고객 확보 △판촉 촉진 △이미지 강화 △주주관리 △증시 자본조달 효율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한 조처였다. 이로써 주주는 회사 제품을 싸게 샀고 대우전자는 주주 마음을 샀다.
대우전자에 이어 신세계가 동참했다. 그해 기업공개(IPO)를 한 신세계는 주주에게 최대 10% 상품우대권을 줬다. 기아산업(기아자동차 전신)은 1987년 주주초청 설명회에서 “주주가 차를 살 때 좋은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990년대 조흥은행(신한은행 전신)이 모든 주주에게 예금 금리 1%포인트를 더 주고 기아차가 1000주 이상 보유주주에게 자동차를 시가보다 5% 할인판매하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1998년 주주가 적금에 가입하면 일반 예금금리보다 5% 포인트 높은 연 17%를 적용했다.
한국종합금융(우리종합금융 전신)은 1999년 500주 이상 보유 주주이 발행어음을 거래하면 이윤을 더 쳐줬다. 이렇듯 주주우대제 방향과 내용은 회사 영업 특성을 반영했다.
주주우대제가 먼저 정착한 곳은 일본이다. 1990년대 기록을 보면 일본 상장사 외식업체 스카이락은 식사권을, 편의점업체 미니스톱은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프로야구단을 보유한 야쿠르트과 일본햄(니혼햄)은 야구장 입장권을, 삿포로맥주는 맥주 교환권을, 제지업체 평화지업(紙業)은 수첩을, 철도회사는 승차권을 각각 주주에게 (비)정기적으로 줬다.
마땅한 회사 제품이 없으면 아이디어를 냈다. ‘밥 먹으면서 회사를 생각하라’는 기대에서 햅쌀을 주기도 했다. 화장품회사는 미(美)적 감각을 자극하고자 미술서적을 건넸다. 무조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자사주 1000주 이상 보유’ 등 일정 조건이 붙었다.
개념마저 희미해져…역사 뒤안길로
그때 바람은 현재도 바람에 머물러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예전에는 국내 주주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해외 주주도 상당수다. 현물을 해외로 보내려면 비용이 들고, 이들 소재를 다 파악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국내 주주만 우대하면 차별이다. 현행법 위반 여지도 있다. 상법 467조의2(이익공여의 금지)는 `회사는 누구에게든지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공여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조항은 사문화하다시피 했지만 대법원이 2014년 `회사가 주주총회 전에 주주에게 골프장 이용 혜택을 준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되살아났다. 상법 학계도 `현재 주주우대제를 도입하기는 무리`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그나마 이런저런 이유에서 앞서 주주우대제를 도입했던 상장사는 현재 모두 발을 뺀 상태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현물을 제공하는 등 주주우대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주주우대제는 대우전자가 시도한 이후 24년이 흐른 지금 개념조차 희미해진 상태다.
그러는 동안 `주주` 개념은 회사 주인보다 `투자가`에 가까워졌다. 전보다 주주의 주식보유 기간이 짧아진 탓이 꼽힌다. 설령 지금 상장사에 주주우대제 도입을 강제하더라도 혼란이 일 수 있다. 상장사 측은 `툭하면 주식을 파는 주주를 주인으로서 우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