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부경 ‘무제’(2023), 캔버스에 아크릴, 100×80.3㎝(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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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정형의 대비. 여기서 ‘비정형’의 의미는 둘 이상이다. 일정한 틀을 벗어난 도형, 기대치를 벗어난 색, 평면인지 입체인지 헷갈리는 구성 등등. 한마디로 ‘이게 뭔가’란 질문에 ‘그게 뭐다’란 답을 꺼낼 수 없는 그거다. 아예 접근방법이 다르단 얘기다.
형식만 보자. 굳이 추상으로 몰고 가면 ‘기하학적 추상’ 혹은 ‘색면추상’쯤 될까. 하지만 이 역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형상에서 끌어낸 형태를 치밀하게 표현했다니.
작가 조부경(60)은 그렇게 ‘입방체의 건축물’을 그린다. 좀더 할애하면 ‘빛을 받고 있는 건축물의 단면들’이다. ‘무제’(2023)는 집 마당에서 바라본 계단·난간·기둥 등을 수없이 ‘대비’한 연작 중 한 점이다. 이런 작업을 두고 작가는 “유년기부터 생활한 공간에서 응시의 시간과 행복한 존재감을 느낀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물론 말처럼 단순치는 않다. 방황도 할 만큼 한 작가의 지난 시간을 안다면 말이다. 그림이 막혀 나이 마흔에 훌쩍 떠난 유학을 1년 만에 접었다. 돌아와선 갤러리를 차렸는데 남들 그림 보며 공부는 했다지만 그 길도 아니었던 터. 결국 다시 붓을 들고 10여년이란다. 서너 가지가 전부처럼 보이지만 50∼70회씩 칠하고 닦아 얻어낸 색 화면. 홀로 무게를 견디는 듯한 작품들이 작가를 닮았다.
18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개인전 ‘집 빛 기억’(Dwelling Light Memory)에서 볼 수 있다.
| 조부경 ‘무제’(2023), 캔버스에 아크릴, 112.1×162.2㎝(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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