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지자체 英 버밍엄, 사실상 파산선언…동일임금 소송 등 여파

예산 8700만파운드 부족…필수비용 외 지출 중단
여성 노동자에 상여금 차별했다가 11억파운드 지출
2020년 이후 英 지자체 7곳 사실상 파산 선언
  • 등록 2023-09-06 오전 9:11:48

    수정 2023-09-06 오전 9:11:48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럽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영국 버밍엄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소송 등으로 인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영국 버밍엄시 시가지.(사진=게티이미지)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지방재정법 114조에 따라 공무원 급여, 사회 복지 등을 위한 필수 지출을 제외한 신규 예산 지출을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영국 지방재정법 114조는 지자체 수입이 지출을 부담할 수 없을 때 이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지자체 파산 선언으로 해석된다. 버밍엄시는 2023~2024년 시의 예산 적자가 8700만파운드(약 14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10만명이 사는 유럽 최대 지자체인 버밍엄시가 파산 위기에 몰린 데는 동일임금 소송 탓이 크다. 버밍엄시는 쓰레기 수거 등 남성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지급하고 미화원이나 보조교사, 급식 직원 등 여성이 많은 직종엔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가 소송을 당했다. 소송에서 패한 버밍엄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이미 11억파운드(약 1조 8000억원)을 피고 측에 지급했지만 여전히 6억5000만~7억5000만파운드(약 1조1000억원~1조 3000억원)에 이르는 채무가 남아 있다. 지금도 매달 500만~1400만파운드(약 83억원~234억원)씩 채무가 늘고 있다. 영국 여성단체 포셋소사이어티는 “처음부터 여성 직원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보수를 지급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존 코튼 버밍엄 시의회 의장은 “버밍엄시는 사회복지수요 급증과 법인세 급감, 만연한 인플레이션으로 전례 없는 재정적 난관에 봉착했다”고도 설명했다. 버밍엄 시의회 내 야당인 보수당에선 2012년부터 시정을 이끌고 있는 노동당 집행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꾸려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의 지자체 재정 위기는 버밍엄만의 일이 아니다. 2020년 이후 버밍엄까지 7개에 이르는 지자체가 지방재정법 114조에 따른 신규 지출 중단을 선언했다. 가디언은 앞으로 2년 내에 다른 지자체 26곳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지방정부협의회에선 보수당 내각이 지자체 교부금을 줄여 지방재정이 악화했다며 지방 재정 확충을 위한 장기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지방정부정보유닛의; 조너선 카-웨스트는 “지자체 수십곳을 재정 파탄으로 몰고 가는 일관되지 않고 단편적이며 근시안적인 재원 조달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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