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저를 탑재한 V8 엔진과 제법 무게가 나가는 AWD 시스템을 탑재해 보기와는 달리 제법 헤비급의, 육중한 차체를 가진 재규어 F-타입 쿠페 SVR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한참을 달린 후 차량을 세웠다.
과연 재규어 F-타입 쿠페 SVR은 어떤 달리기 실력을 과시할까?
간단히 말해 재규어 F-타입 쿠페 SVR은 빠르다. 롱 노즈-숏 데크의 차체에 자리한 V8 엔진은 슈퍼차저와의 조합을 통해 575마력과 71.4kg.m의 압도적인 토크를 발산한다. 여느 고성능, 그리고 슈퍼카의 출력과 비교를 하더라도 부조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치다. 특히 슈퍼차저의 도입 덕분에 3,500RPM부터 5,000RPM 풍부한 토크를 발산하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슈퍼차저 엔진의 매끄러운 반응이 전해지며 곧바로 폭발력 넘치는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제원 상 정지 상태에서 딱 3.7초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시야를 멀리 보고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힘을 떼지 않았다.
게다가 시승차량이 쿠페 모델이 아닌 컨버터블 모델이었다면 조금 더 짜릿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자꾸 창문을 내리는 기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AWD 시스템은 중간중간 후륜을 미끄러뜨리며 후륜 구동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우수한 출력 전달 능력을 갖춰 F-타입 쿠페 SVR의 강력한 움직임을 완성한다.
그도 그럴 것이 F-타입 쿠페 SVR은 스스로를 고성능, 다이내믹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고 있는 모델이며 게다가 재규어가 자랑하는 알루미늄 차체를 활용해 무게를 덜어내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이 수치가 과연 F-타입 쿠페 SVR에 올바른 수치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각설하고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 곧바로 차량 앞쪽에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감상이라고 한다면 분명 F-타입 쿠페 SVR 쪽이 출력적인 부분에서 매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달리는 즐거움이나 차량의 조향 시 느껴지는 경쾌함까지 고려한다면 1,680kg의 무게를 가진 F-타입 SV6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무게감과 무게로 인한 물리적 한계를 제외한다면 차량의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다양한 노면, 주행 환경에 100% 대응할 수 있는 서스펜션과 어우러지면서 자신감 넘치는, 그리고 드라마틱한 경험을 느끼게 된다. 덕분에 연속된 차량 조작 상황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견고하고 일체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F-타입 쿠페 SVR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강렬한 사운드와 놀라운 출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비주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4,475mm의 전장과 1,923mm의 전폭, 그리고 1,311mm의 역동적이고 과감한 비례을 가진 차체에 마치 방금 경기 준비를 마친듯한 고성능 GT 레이스카에 어울리는 부품들을 대거 탑재했다.
과감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바디킷과 에어 밴트를 더한 보닛, 그리고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리어 윙 스포일러와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등 마치 먹이를 노리며 웅크려 질주를 앞두고 있는 고성능 레이스카의 이미지를 완전히 투영하고 있다. 만약 리어 윙 스포일러만 조금 더 큰 디자인이었다면 정말 완벽한 레이스카의 이미지를 구성했으리라 본다.
구성은 기존의 F-타입과 같다. 두 개의 아날로그 클러스터 사이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는 재규어 브랜드 고유의 계기판과 SVR 레터링이 더해진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으며 깔끔한 패키징이 더해진 기어 쉬프트 레버가 이목을 끈다. 한편 센터페시아 하단과 센터 터널에는 직관적이면서도 손쉬운 사용성을 보장하는 버튼 들이 자리해 만족감을 높였다.
F-타입 쿠페 SVR은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지 모르겠지만 분명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차량이다.
강점으로는 적어도 재규어 브랜드 내에서 극강의 드라이빙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차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단점으로는 완성도 높은 스포츠 로드스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무게’라는 단점을 남긴다는 점이다.
좋은 점: 강렬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고급스러운 존재감
안좋은 점: 부담으로 느껴지는 무게감과 2억대의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