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 느낌에 너는 변한 것 같아.”, “내가 느끼기에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하지만 이런 표현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기초한` 것이라서 솔직한 감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없다. 이런 말은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너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는 판단이나 생각을 에둘러 우회적으로 말한 것뿐이다.
당신이 이런 입장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리 속을 차지하면 당신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면서 심장이 서늘해지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당신은 서글프고, 비참해지고, 무기력하며, 우울해진다. 바로 이것이 진솔한 감정이고 느낌이다. 그때 당신은 이렇게 말한다. “너 때문에 너무 슬프고 힘들어. 세상이 온통 우울한 회색 빛이야.” 이것이 진정한 느낌이다.
자신이 질투를 할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는 사람임을 인정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어떤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적절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된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슬픈 느낌일지라도 진솔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 맛나고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을 무조건 억누를 필요는 없다.
난 요즈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저리고 아프도록 찡해 온다. 그 여운이 오래 간다. 감정은 중요하다. 냉철하고 이기적인 머리보다는 뜨겁게 요동치는 가슴이 되고 싶다. 자신의 감정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다. 느낌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감정에 충실해 보자.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심장은 흥분과 설레임으로 쿵쾅거린다.
남자의 눈물은 사내답지 못한 철부지 행동으로 치부되는 게 세상의 눈이다. 근데 난 갈수록 자꾸 눈물이 난다.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면 눈물이 쏟아진다. 감동적인 시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눈물을 흘릴 때 창피하기도 하고 주책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나약하고 소심하게 보일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울고 나면 정말 마음이 후련하다. 뭔가 설명하기 힘들어도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이다. 감정에 충실하면서 눈물을 펑펑 흘릴 때 마음 속은 공허함이 아니라 충만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슬픔을 느끼기 때문에 삶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고, 허무함을 알기 때문에 영혼을 채우는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