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예정 상가건물, 권리금은 어떻게 되나요[판례방]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6)
대법 "객관적 계획 있다면 임대기간 제한 가능"
임대인의 명확한 고지는 권리금 회수방해 아냐
계획 구체성·투명성이 핵심…사전협의 바람직
  • 등록 2024-12-28 오후 12:30:00

    수정 2024-12-28 오후 12:30:00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건물 재건축을 사유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사실상 제한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그 해석과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하여 중요한 법적 지침을 제시했다.

사진= 챗GPT 달리
이번 사건은 원고(임차인)가 상가 1층 점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권리금 7000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양도하기로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원고는 피고(임대인)에게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했지만, 피고가 ‘재건축이 예정돼 있으니 3년까지만 임대가 가능하다’라고 고지해 결국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임대인의 고지 행위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가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건축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짧은 임대기간만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계약 체결을 사실상 거부한 것과 같다’고 봤다. 재건축 시점이나 단계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피고가 2025년 8월까지만 임차할 수 있다는 조건을 고수함으로써 신규 임차인이 계약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일부 시설을 직접 반출해 처분한 점, 그리고 장기간 영업을 통해 일정 부분 투자비를 회수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참작했다. 그 결과 원고의 손해를 ‘점포의 실제 권리금 평가액 중 일부’로 한정해, 손해배상액을 약 2000만원대 수준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건물의 사용승인 시기, 재건축 필요성, 다른 임차인들과의 계약서 특약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피고가 객관적인 재건축 계획과 시점을 토대로 짧은 임대기간을 안내했다면, 이는 곧바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구체화된 재건축 시점과 대비해야 할 사항들을 명확히 고지했다면, 신규 임차인이 ‘임대차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와 재산권 행사의 한계를 구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최대한 보장하는 법이지만, 이는 임대인이 명백히 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임차인의 권리금 수령을 방해했을 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재건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그 계획을 일관되게 알렸다면, 그로 인해 임대차계약 체결이 제한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방해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임대차관계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재건축 예정인 상가건물의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사전에 계획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투명하게 설정해야 한다”라는 교훈을 남긴다. 재건축 시점이 막연할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대가 왜곡될 수 있고, 반대로 임대인도 향후 공사를 위한 비용과 기간을 명확히 안내하지 못하면 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서로 간에 명문화된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임대인의 재건축 고지만으로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 여부를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임대인의 재건축 계획이 합리적이고 구체화된 이상, 신규 임차인에게 특정 기간 동안만 임대를 약속하는 것이 임차인 권리금 보호 의무를 반드시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는 향후 재건축이 예정된 건물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논의할 때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임대차계약의 유지 기간과 목적물 철거·재건축 시점에 대한 정보를 양측이 충분히 공유한다면, 권리금 분쟁을 예방하고 상호 이익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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