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에 대해 중국에서의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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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말 만료되는 중국 관련 ASML의 일부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라이선스는 ASML이 중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및 부품 공급에 대한 허가로, 이 조치는 ASML의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장비를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네덜란드는 이미 2019년부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EUV 노광장비보다 사양이 낮은 DUV 장비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판매한 일부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까지 틀어막는 것이다. 유지·보수 지원이 불가능해지면 이르면 내년 중국의 일부 반도체 업체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업계는 이 같은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 배경에 미 정부의 압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면서 동맹국에 보조를 맞춰줄 것을 요청했고, 만약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계속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적용할 수 있음을 동맹국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으로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포함되면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 금지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압박에 벗어나고자 했다. 지난 7월 취임한 정보기관 수장 출신인 딕 스호프 네덜란드 신임 총리는 중국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시사했다.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 수입이 막힌 중국은 ASML의 DUV 리소그래피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ASML의 DUV 장비가 없다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나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제조사인 SMIC(중신궈지)는 업계 선두인 TSMC 보다 두 세대 뒤처진 현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또한 이 같은 조치는 ASML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