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끝없이 상승할 것만 같았던 서울 주택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11월 첫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1년 2개월(60주) 만에 제로(0.00%) 수준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불과 두달 여 전만 해도 아파트값이 2주에 1%씩 뛰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변화입니다.
특히 그동안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꼽혔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3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힘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주 3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용산구 아파트값도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강동구도 17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하는 등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분위기였습니다.
이처럼 서울 주택시장 상승이 제동이 걸린 것은 9·13 부동산 대책 영향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을 담은 9·13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끝판왕’으로 불려질 정도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집을 사는 사람의 대부분이 1주택자 이상 유주택자였는데 대출 제한과 종부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앞으로 투자 목적의 매수세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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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조정이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 주택시장에 국한돼 단기 급등한 아파트값이 조정 패턴을 보일 시점에 정부가 규제를 내 놓아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부의 공급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넘쳐나는 수요에 의해 아파트값이 다시 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시중 유동성 자금은 넘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돼 강남권 마지막 ‘로또 단지’로 불리는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은 지난 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작은 평형대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1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무려 1만명의 현금 부자들이 몰린 것입니다.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규제지역인 경기도 의정부시에 속해 전매 제한 기간이 6개월로 짧고,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한 ‘탑석센트럴자이’는 지난 8일 1순위 청약 결과 전체 480가구 모집에 2만23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4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거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법 개정, 대규모 입주 물량, 추가 규제 우려 등 변수가 상당해 당장 주택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정부의 추가 공급 대책과 주택시장 환경을 둘러싼 변수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