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고유가 속 4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전망 속 우리 무역적자도 최소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지난 4월 수출액이 전년보다 12.6% 늘어난 576억9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입액이 603억5000만달러로 18.6% 늘며 26억6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4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수출액이 줄었던 2020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증가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5.8%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석유화학, 철강, 석유제품, 컴퓨터, 바이오 등 주력 산업 수출이 대부분 늘었다. 대(對)미국 수출이 26.4% 늘어나는 등 주요 지역 수출도 대부분 늘었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폭은 지난 3월 1억2000만달러에서 4월 26억6000만달러로 큰 폭 늘었다. 최근 5개월 중 네 번째 월간 무역적자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줄곧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관련 수입이 큰 폭 늘었기 때문이다. 4월 국제 원유가격은 전년대비 63.4% 늘었다. 가스 수입가격은 무려 516% 늘었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이에 따라 148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두 배 남짓(91.8%) 늘었다.
현 무역적자 기조는 최소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 이상 장기화하거나 적자 폭이 커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어느 한 쪽의 우위 없이 장기화할 조짐이기 때문이다. 대(對)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액은 크지 않아 전체 영향이 미미하지만 두 자원 대국의 전쟁과 그에 따른 서방국의 대러 제재가 이어진다면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0월 4.7%에서 올 4월 3.0%로 하향 조정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상당히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이 여파가 유가에서 기타 원자재나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무역적자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난 4월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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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를 표방하는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조치도 악재다. 중국 지역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때마다 해당 지역 봉쇄 조치를 단행해 주변 기업의 물류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상하이시의 봉쇄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우리의 4월 대중국 수출액(129억달러)은 전년보다 3.4% 줄었다. 구 교수는 “상하이시가 통제에 성공해 감염병이 진정하더라도 어느 지역에서 또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름이 되면 코로나19가 약화할 순 있지만 산발적인 봉쇄 조치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불안으로 세계 경제전망이 낮아지고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경제안보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무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구조 혁신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