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판막증은 과거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을 동반해 어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노화로 인한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이 급증한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2011년 5800여명이었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2016년 1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66%가 70대 이상이다.
◇심장혈류를 돕는 ‘심장판막’
심장은 심장근육이 지속적으로 펌프운동을 하면서 피를 받아들이고 내보내기를 반복한다. 판막은 이 과정에서 피가 앞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밸브 역할을 한다. 심장판막질환은 판막에 이상이 생기는 모든 병을 일컫는 말로, 크게 협착증과 폐쇄부전증 두 가지로 나뉜다. 판막협착병은 판막 구멍이 좁아져 피가 시원하게 나가지 못하는 병이고, 판막폐쇄부전증은 피가 앞으로 나간 다음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거꾸로 역류하는 증상을 보인다.
심장판막질환의 원인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동반되는 선천성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드물다. 대개는 정상적으로 유지하던 판막이 나이가 듦에 따라 후천적으로 해부학적 구조에 이상이 발생해 기능장애를 초래해 질환이 발생한다. 최근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다른 판막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평균 수명 증가로 퇴행성 변화에 의한 협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장판막증, 반드시 수술해야 할까
심장판막질환에서 피가 역류하거나 판막이 좁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판막에 병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하며 경과를 관찰하고,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장판막수술 방법에는 크게 자신의 판막을 보존하는 판막성형수술과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판막치환수술로 나눌 수 있으며, 질병에 따라 수술 방법 선택에 차이가 있다.
판막협착증의 경우 협착이 있는 부위를 절개해 피가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판막성형술은 대개 판막폐쇄부전증에서 많이 시행한다. 이 경우에는 판막자체가 늘어나고 약해져서 피가 새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이 망가진 판막의 구조를 교정,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 환자 자신의 판막을 보존하는 방법이어서 인공판막치환수술의 단점을 극복해 줄 수 있어서 임신을 해야 하는 젊은 여성이나 항응고제 투여를 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좋은 방법이다.
조직판막은 수술 후 3개월 정도만 항응고제를 복용 후 아스피린 등 가벼운 약으로 대체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직판막의 평균 수명이 10~15년 정도여서 수술 후 7~10년 이상 경과 후 숨이 차거나 가빠지는 증상이 발생하면 판막 협착 및 폐쇄부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서 상태를 파악해야 하며 인공판막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경우에는 판막재치환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기계(금속)판막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한번 수술 받으면 거의 평생 사용하는 영구적인 판막이다. 하지만 기계판막에 피떡(혈전)이 생겨 뇌졸중 발생이나 판막 구멍을 막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쿠마딘·와파린)를 평생 동안 꾸준히 복용해야하며,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 및 혈액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백만종 고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막 상태”라며 “심장 판막에 조금 이상이 있다고 해서 걱정부터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심장수술 자체가 지니는 위험성 및 수술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함께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수술 시기의 선택이나 그 방법 선택(치환술 혹은 성형술)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