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8년 고금 의제매입공제 시행과 함께 ‘뒷금’ 양성화 차원에서 2010년 금거래소 도입 방안을 내놨다. 2011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금거래소 개설을 위한 일반상품거래법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법제처 심사에서 반려된 후 아직까지 표류상태다.
정부가 금거래소 개설을 추진한 이유는 ‘뒷금’ 거래를 양성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금 만한 것이 없다. 골드바는 매입과 동시에 부가가치세 10%와 매입수수료 등을 합하면 17.5% 가량이 추가로 든다. 사자마자 17.5%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향후 20% 가까이 상승해야 본전인데도 수요가 몰리는데는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대로 산업용을 제외한 일반 금 유통시장 규모를 5조원대로 볼 때 대략 3조원대의 금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가가치세 10%를 감안하면 한 해 3000억원 가까운 세금이 걷히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귀금속 업체들은 금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제도권 금융에서 금융지원을 받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지인이 우수한 귀금속 제품 생산 의뢰를 받고도 납품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금거래소가 활성화될 경우 새는 세원을 끌어 들이는 것은 물론 표준화된 금이 거래되므로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도 한결 수월해지게 된다. 거래소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양성화된 업체로서 금융권의 금융지원을 좀 더 활발하게 받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된다.
금이 갖고 있는 투자상품과 일반재화라는 이중성 때문에 각 부처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금거래소가 당초 귀금속산업발전방안에서 나온 만큼 산업적 요소까지 가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거래소 개설을 준비해온 한국거래소 측은 도입 방안 발표시부터 지금껏 3년여를 준비해 온 만큼 정부의 방침만 확정된다면 차질없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걸었고, 업계에서도 금시장 유통구조 개선 목소리가 나온 만큰 조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일부 부유층의 재산 은닉수단이 되고 있는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금거래소 설립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금 거래야말로 음성·무자료 거래가 판치고 있는 지하경제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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