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초한 신용경색, 경제위기 부르나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 여전히 높아..자금조달 비용 부담
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위기감 고조
  • 등록 2013-06-23 오후 3:56:10

    수정 2013-06-23 오후 3:56:1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스스로 초래한 유동성 위기와 씨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주초 세계 시장이 놀랄 만큼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 자금경색이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7일물 레포금리 6개월 추이(단위: %, 출처: WSJ)
다만 최근 우려가 커지자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시중에 500억위안(약 9조41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그 결과 중국 은행간 벤치마크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등 지난 21일 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인 7일물 레포금리는 지난 20일 11.62%에서 하루만에 8%대로 떨어졌다.

트레이더들은 인민은행이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 국영은행들에게도 현금을 비축하지 말고 더 많이 풀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리는 평소보다 2~3%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으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이전보다 상승했다.

금리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애널리스트들은 당국이 자금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하이빈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둔화되고 있는 경제에 추가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에 전년대비 7.7% 성장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인민은행이 이달초부터 돈풀기를 멈추면서 은행간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기 시작하는 등 중국 경제에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중국의 신용 경색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칭화대 교수였던 패트릭 샤보넥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중국의 신용경색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금융시장이 휴업 사태를 맞은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민은행이 은행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해 개입하겠지만 결국 이는 신용 거품을 억제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로 통하는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 창립자는 지난 18일 “중국 은행 체계는 부실대출 리스크가 크다”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서구 은행들의 리스크보다 심각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의 신용경색은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이 정치권의 지시를 받아 고삐가 풀린 비공식 대출의 통제에 나서면서 신용경색 부작용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 군중 노선 교육 실천 활동 공작 회의’에서 ‘부정부패, 관료주의, 허례허식, 사치 풍조 등 4대악 근절’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인민은행도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제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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