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은 주식수를 늘려 유동성을 더 공급하기 위해서, 반대로 액면병합은 유통물량이 너무 많아 단타매매 등에 자꾸 이용된다고 판단해서 유통물량을 줄이는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성보화학(003080)이 최근 액면가 5000원짜리를 500원으로 쪼개겠다고 하는 액면분할을 발표했는데요, 목적은 ‘유통주식수 확대’라고 밝혔습니다. 액면분할하는 회사들의 거의 대부분은 이러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성보화학외에도
엠에스씨(009780),
케이티롤(122800)도 이번달에 액면분할을 발표했습니다.
액면분할은 이사회에서 결정을 해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으면 이후 매매거래정지, 명의개서정지 기간을 거쳐서 분할 주식이 새로 거래됩니다. 이것을 신주권상장일이라고 합니다. 세 회사 모두 5월 중순에 액면 분할된 주식이 거래됩니다. 지금은 기존의 액면가 주식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Q: 액면분할하면 주식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
액면분할은 동전교환기 같은 것입니다. 예전에 오락실에 가면 1000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가서 동전교환을 해달라고 하죠. 100원짜리 10개로 바꿉니다. 500원짜리 가져가면 100원짜리 5개로 바꿔서 오락을 했죠. 액면분할도 같은 논리입니다. 기업가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고 당연히 내가 가진 주식의 가치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기존의 1000원짜리 주식1주가 100원짜리 주식 10주가 되는 것 뿐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듯 하기 때문에 일종의 착시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성보화학과 엠에스씨는 5000원짜리를 500원짜리로 분할하는 것이고 케이티롤은 500원짜리를 100원으로 쪼개는 것입니다. 다만 케이티롤은 거래량이 아주 적었던 곳은 아닙니다. 성보화학은 총 발행주식이 200만주인데 하루 거래량은 1000주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던 것에 비해 케이티롤은 총발행주식이 400만주인데 하루 거래량이 꾸준히 몇 만주, 어느 시기엔 몇 십만주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거래가 활발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정답은 없지만 500원짜리를 100원으로 분할해야할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케이티롤은 액면분할 이전에도 작년 가을부터 주가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랐고 최근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없는 소액공모로 유상증자도 하고 최대주주도 바뀌고 회사 자체적으로 이런저런 이슈가 좀 많았습니다.
Q: 작년에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으로 액면분할을 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5000원 → 500원)은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개인투자자 비중이 많이 늘었습니다. 액면분할 이전에는 아모레퍼시픽 1주가 400만원에 육박해서 일반 투자자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주식이었는데요, 지금은 30만원대이니까 좀 더 가까운 기업이 됐습니다. 또 작년 초 액면분할 공시를 발표할 당시에 주가는 280만원, 지금의 액면가로 환산하면 28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0만원대 후반에 있으니까 주가도 오른 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액면분할 효과로 올랐다기 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이상 좋아졌죠. 액면분할은 투자 접근성의 문제이고 실적이라는 근본적인 체력이 더 강해졌다는데 방점을 둬야할 것 입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한 주식이 거래된 첫날 기준주가는 38만8500원이었는데요 지금의 주가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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