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환의 홍보에 울고 웃고)신문사를 사세요!

  • 등록 2008-10-15 오전 9:54:01

    수정 2008-10-15 오전 9:54:01

[이데일리 문기환 칼럼니스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많은 것이 바뀐다. 특히 여야가 뒤바뀔 경우 더욱 그렇다. 언론 분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 방송사가 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다름아닌, CEO의 선임을 두고 일어난 일이다. 역사가 되풀이 되듯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엔 갈등의 폭이 더 큰 것 같다. 갑작스런 인사 이동은 물론 해고, 심지어 고소, 고발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신임 경영자에 대한 반대의 이유가 그의 경영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보다는 그가 향후 방송사의 공정 보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아무리 민영 신문사 오너라 해도 편집권 영역에 있어서는 영향력을 조금도 행사하지 못하는 이른바 경영과 편집의 분리 정책을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고 하는 언론 선진국의 경우가 생각난다.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이래 지금껏 홍보 일만 해오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는 몇 해전 까지 홍보부장으로 있다가 사정이 생겨 어느 중견 기업의 홍보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기업으로 옮겨 간지 1년 정도 세월이 지난 후에 생긴 일이라고 한다. 그 동안 워낙 성실한데다 언론 기자들과의 관계도 좋아서 그 중견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홍보 기사가 TV, 신문, 잡지에 제법 크게 그리고 자주 보도되었다고 한다.

신설된 홍보실의 성과가 그 정도이면 대단하다고 대내외적으로 평가 받고 있어 내심 흡족하게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이었다고 한다. 회장에게 정기적 보고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회장이 ‘중요한 얘긴 아니지만 홍보 책임자이니 참고로 알고만 있으라’고 한마디 하더라는 것이다. 얘기인 즉, 며칠 전에 마케팅부장이 신제품 마케팅 판매 촉진 계획의 하나로 언론 보도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다고 한다.

친구는 ‘언론 보도’란 단어를 듣는 순간 바로 자기 업무인지라 잔뜩 긴장한 체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그 부장의 제안이란 다름아닌 TV 저녁 뉴스에 신제품을 보도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단,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했다. 회장은 ‘엄청난 TV 광고 비용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뉴스 시간에 보도만 될 수만 있다면 판매 촉진 홍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즉각 시행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은 친구는 두 가지 이유에서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첫째는 ‘분명한 홍보 업무 영역의 일을 홍보실장이 없는 자리에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혹시 회장이 저런 상식 밖의 제안을 믿는다면 지난 1년간 홍보실에서 수행한 대대적인 신문, 잡지, 방송 보도를 두고 마치 광고처럼 비용을 써서 한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어진 회장의 말을 듣고는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한다. 마케팅 부장이 ‘단, 비용 처리할 때는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발행을 할 수 없다’고 보고하길래 일언 지하에 ‘그렇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었지만, 내내 찜찜했던 친구는 얼마 후 만난 마케팅 부장에게 따지듯 물어 보았다고 한다.

‘십 수년 경력의 홍보실장인 나도 못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돈만 내면 TV 저녁 뉴스에 회사가 원하는 신제품 보도를 할 수 있나, 그 비결 좀 알려달라.’하고. 그는 날카로운 추궁에 쩔쩔매며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며칠 전 만난 신생 광고대행사 사람이 판촉 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나를 보더니 은밀히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하며 ‘아무리 쥐어 짜도 묘책이 없어서 그만 회장에게 그런 제안이나마 보고를 했다. 그런데 칭찬은커녕 엄청 혼났다’고 하며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아 홍보실장에게 죄송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요즘은 기업 내부에서도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져서 홍보팀에서 기사 가치가 있는 홍보 자료를 만들고 이를 기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했을 경우에만 보도되는 ‘언론 홍보’와 비용만 지불하면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크기로 원하는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광고’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주변의 애기를 들어보면 ‘그 보도자료는 ooo 신문에 반드시 나와야 해!’ 혹은 ‘그 신문에 난 기사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빼야 해!”라고 지시를 해서 홍보팀장을 당혹시키는 최고경영자도 일부 있다고 들었다. 그런 분들에게는 다음 한마디가 현답일 것이다. “사장님, 차라리 그 신문사를 인수하시지요!”


문기환 새턴PR컨설팅 대표이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손예진, 출산 후에도 여전
  • 돌고래 타투 빼꼼
  • 한복 입은 울버린
  • 관능적 홀아웃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