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北 JSA 귀순군인, 치료 후 남한 정착 과정은?

  • 등록 2017-12-03 오전 11:45:22

    수정 2017-12-03 오전 11:45:22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북한군의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당시 작전을 수행한 한국군 JSA 경비대대장 등 장병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차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JSA 미군측 장병 뿐 아니라 총상을 입고 넘어온 북한군을 치료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도 참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다 심각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후, 지난 2015년 해군 홍보대사에 위촉되며 명예 해군 대위로 임명됐습니다. 올해 4월 소령으로 진급했는데, 이날 해군 정복을 입고 참석한 이 교수는 문 대통령과 악수 때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을 대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차담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이렇게 모셨다”며 “지난 귀순 상황 때 아주 정확하고 침착하게 상황관리를 해줬다”고 격려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자신의 군 생활 당시를 회상하며 ”저도 예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쪽 지역이 얼마나 예민하고 위험한 지역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전병으로 군 복무 하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미루나무를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된바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군이 그렇게 중상을 입었는데도 목숨을 구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며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격려했습니다. 이 교수는 “민관군, 한미의 협력방어태세가 교과서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릴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한미 동맹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상센터를 주축으로 주한미군, 한국 해군이 2003년부터 일해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들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귀순 당시 5~6 곳에 총상을 입고 한국군에 인도된 북한군인은 미측 헬기를 통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긴급후송 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국종 교수 등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그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차례의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져 심리 치료도 함께 받고 있는 그는 곧 군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판문점 후방 비무장지대 경비를 맡는 판문점대표부 민경중대로 소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가 근무한 판문점대표부는 북한이 1994년 5월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쇄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군사기구입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담당하는 경무부대와 판문점 후방 비무장지대 경비를 맡는 4개의 민경중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군 부사관 계급 중 하사에 해당하는 하전사로 25세의 나이로 알려진 그는 민경중대 소속 고위 장교의 운전병으로 근무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의 아버지가 우리 군 중령 계급에 해당하는 북한군 헌병 간부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현역 군인 신분이었던 만큼 그는 치료 이후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중앙신문단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모처에 있는 중앙신문단은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돼 위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정보사 요원들이 북한 군사정보 수집과 전쟁포로 조사 등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 경기도 시흥시 소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송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정보원 소속의 북한이탈주민을 수용하고 수사하는 기관인 이곳은 ‘중앙합동신문센터’가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여기선 정확한 신원과 행적은 물론, 대북첩보와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집니다. 여기서 특별한 대공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몇 달간 머무르다가 하나원에 입소합니다.

하나원 생활관 전경 [출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 곳은 통일부 소속으로 탈북자의 정서안정 및 문화적 이질감 해소, 사회경제적 자립동기 부여를 목표로 3개월간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합니다. 경기도 안산과 강원도 화천에 각각 하나원과 제2하나원이 있습니다. 이후 남북하나재단 소속 각 지역 23곳에 배치돼 있는 하나센터에서 전담 상담사를 통해 지속적인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남한 사회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정부는 일정 금액의 정착금과 주거비, 보상금 등을 지원합니다. 대게는 1인당 기본 정착금 700만 원과 임대주택 주거지원금 1300만 원이 지급됩니다. 또 자격증 취득 등 직업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하면 훈련 및 교육 지원금 명목으로 최대 251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영관급 장교의 아들인 이번 북한군 귀순 병사가 북한 내부의 중요 정보를 가져왔을 경우 보상금은 최대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83년 2월 북한 미그-19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 대위는 약 15억원의 정착 지원금을 받은바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귀순 병사의 정보 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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