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측의 다른 FTA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한미FTA에서 한국이 미국에 이를 수용치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ISD는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 정부의 조치로 이익의 침해를 당했을 경우 미국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미측은 다만 우리측의 요구대로 간접수용 대상에서 조세·부동산 정책은 예외로 한다는데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ISD는 국가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과 맞물려 그동안 한미FTA 협상에서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 조세·부동산만 빼고 ISD수용하나
ISD가 협상 초기부터 쟁점화됐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당초 대부분의 FTA에서 도입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후 일각에서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조세와 부동산 정책만이라도 간접수용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미측에 요구했다.
최경림 투자분과장은 "한국의 부동산규제가 외국보다 많고 엄격하다는 점과 조세의 특수성을 감안해 협정문 부속서상에 예외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 투기자본 어떡하나
전문가들은 한미FTA 협상에서 조세·부동산 정책만 빼고 ISD를 수용토록 하는데 양측이 최종합의를 이룰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한미FTA 협상에서 투자에 해당하는 항목을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해줘 투기자본을 걸러내지 못하도록 했다"며 "ISD조항까지 보장해줌으로써 실질적으로 투기자본을 이중삼중으로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손 변호사는 "국제중재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률가들의 상당수가 미국계"라며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 과연 공정한 중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세나 부동산 정책을 ISD 예외로 했더라도 환경 등 다른 분야에서 분쟁 발생의 소지가 높다며 국가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향후 논란 불가피 예상
협상단 관계자는 이런 반대론에 대해 "ISD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키 위해 국제중재(1심)가 아닌 국내 사법절차(3심)를 통하도록 하거나 부속서에 간접수용 예외대상을 명확히 하는 등의 방안도 미측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SD는 투자유치국의 부당한 협정위반이나 내외국인 차별조치에 따른 피해를 막고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투자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도 "ISD는 단순히 영업이익이 침해됐다고 발동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간접수용의 범위에 대한 명문화된 제한조항이 있어 재산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방법과 같은 정도의 심각한 영업 손실을 초래하는 정부 규제에 한해 발동된다"고 말했다. 한미FTA가 체결되더라도 ISD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