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이제는 일본이다

  • 등록 2003-07-04 오전 10:21:37

    수정 2003-07-04 오전 10:21:37

[edaily 강종구기자] 세계 주식투자자들이 10년 동안 보지 않던 곳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의 땅’ 일본이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은 앞으로 확실히 수익을 내 줄 시장으로 단연 일본 주식시장을 꼽고 있다. 일본 경제와 증시는 지난 12년 동안 동반 침체를 겪어왔다. 경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단기금리는 물론 장기금리마저 0%대로 떨어져도 돈을 쓰겠다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투자심리는 바닥을 헤맸다. 1989년 12월과 1990년 1월 4만엔 돌파를 시도하던 주가지수(닛케이225)는 올해 3월과 4월 8000엔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주식시장은 완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 3일까지 17일중 순매수를 기록한 날이 16일에 달한다.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자 개인투자자들도 용기를 얻어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 거래는 활기를 띠고 증권회사 직원들은 바빠졌다.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4월 저점이후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25% 가량 급등했다. 6월 한달간 상승률은 7.8%로 요즘 잘 나간다는 한국-중국-일본 3국 증시중에서도 제일 높다. 8000엔선에서 바닥다지기를 하던 닛케이225지수는 소리소문 없이 9000엔선을 넘어서더니 3일 장중 한때는 9900엔선에 육박했다. 올해 안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1만엔 돌파를 금방이라도 해 낼 태세다. 최근 일본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수익률 동향에서도 일본 주식시장의 회생을 확인할 수 있다.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가 인터내셔널펀드로 묶어놓은 펀드중 지난 1년 동안 또는 3년 동안 최악의 수익률을 낸 펀드는 단연 일본주식 펀드였다. 1년 동안 -15.50%, 3년 동안 -23.54%라는 초라한 성적표. 그러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60%로 세계 주식뮤추얼펀드 중 최고다. 최근 3개월 동안에는 10% 가량 수익을 냈다. 올해 전체적으로도 4월까지 잃은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4% 이상 남겼다. 일본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 외국인들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최근 9주 동안 일본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6월 한달간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규모는 원화기준으로 9조788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2조34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대만의 외국인 순매수규모도 2조5000억달러 수준이다. 일본 증시의 최근 강세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의 본격 회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거품해소에 따른 반등”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행진과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말까지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4~5월 매수적기를 놓친 후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점과 정말 경제가 회복되는지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빚어낸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라나 이달들어 일본 주식시장은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6월 단기 기업 경제관측조사(단칸)결과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다. 단칸지수는 -5를 기록, 지난 3월의 -10보다 좋아졌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0이었다. 계속해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며 디플레이션 투쟁을 하던 중앙은행(BOJ)은 앞으로는 통화량 확대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을 반영하듯 시중금리는 급등중이다. 일본의 지표금리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11일 0.43%로 바닥을 찍은 후 한달도 안된 3일 1.125%까지 치솟았다. 국채랠리가 끝났다고 판단한 4대은행들은 빠르게 국채부담 줄이기에 돌입했다.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60조엔에 달한다. 국채가격이 떨어지면 은행들이 손실을 볼 것이 뻔한데도 은행주는 최근 급등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제는 일본에 투자할 때”라며 “바이 저팬”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가 주최한 투자컨퍼런스에서 12년 연속 주가지수를 비트(펀드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것으로 유명한 레그메이슨의 펀드매니저 빌 밀러는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일본이다”고 말했다. 또 리만브라더스증권은 최근 자사 모델포트폴리오에서 일본내 주식의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 10%이던 가중치는 12%로 올라갔다. 미국의 금융전문 사이트인 더스트리트닷컴은 3일(현지시간)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할 의향이 있는 장기 가치투자자라면 일본 주식에의 투자를 심각하게 고려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애널리스트 어니 초우는 “일본 주식시장은 여전히 침체상태처럼 보이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이라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며 “혼다나 닌텐도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일본에는 아직 많이 있다”고 말했다. 퍼스트이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인 장 마리 에빌라드는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최고의 시장”이라며 “12년 동안 주가가 떨어진 선진국 시장에서 주식을 살 기회가 평생동안 몇 번이나 있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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