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로사 방지’ 생활물류법, 왜 논란일까..3가지 이유

생활물류법 어제 국회 통과
표준계약서 도입, 안전관리 강화 등 긍정적
트럭과 오토바이만 택배업으로 인정해 논란
①승용차로 택배나 음식배달하면 보호 대상 안돼
②신규 모빌리티 왕따 가능성…제2의 타다 금지법 우려
③비대면 시대 배달 수요 느는데…탄소중립과 배치
  • 등록 2021-01-09 오전 10:50:03

    수정 2021-01-09 오전 10:52:1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유튜버 장재오빠 캡처


어제(8일) 오후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이 재석 239명 중 찬성 221명, 반대 3명, 기권 15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작년 한 해 16인의 택배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고 이중 15인은 과로사였다”며 “법 제정으로 택배종사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진다”고 기대했죠.

실제로 법안 내용에는 표준계약서 도입, 택배사의 영업점에 대한 안전관리조치감독 강화, 종사자 휴게시설 확보 같은 선한 의무가 부과됩니다.

‘분류업무가 택배기사 업무냐 아니냐’를 두고 택배 노동자들은 “아니다”라고, 택배사들은 “포함된다”고 하는 등 풀어야할 숙제도 있지만,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니 원만한 합의를 기대해봅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분류는 택배기사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니, 배송수수료에 분류수당이 들어가는 일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불공정계약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하지만, 생활물류법의 국회 통과를 무작정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도 상당합니다.

법이 미래 세상을 전부 담을 순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죠. 바로 택배 운송수단의 협소함 때문입니다. 법에는 트럭(화물차)과 오토바이(이륜차) 택배만 인정하고 있죠.

때문에 ①운송수단에 따른 택배·배달 종사자 간 혜택 차이 ②도보·자전거·킥보드·승용차·택시·드론 등 운송수단을 다양화하려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진입 장벽 ③ 모빌리티의 효율성을 가로막아 생기는 ‘탄소 중립’ 정책과의 배치 같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①승용차로 택배나 음식배달하면 보호 대상 안돼

현재 배민 커넥트나 쿠팡 이츠에서 일하는 라이더들 대부분은 오토바이로 배달하지만, 최근 직장인들이 투잡으로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구직자 중에서 전업으로 승용차 배달에 나선 경우도 상당합니다. 유튜브나 포털을 보면 이들의 경험담이 적지 않게 올라오죠.

하지만 생활물류법에 따르면 트럭과 오토바이를 이용해 택배·배달을 하는 사람만 택배노동자로 보고 보호 대상입니다. 법에서 트럭과 오토바이 택배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②신규 모빌리티 왕따 가능성…제2의 타다 금지법 우려

다른 운송 수단으로는 택배나 배달을 할 수 없는 걸까요? 스타트업(초기벤처)들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포지티브(positive)규제’, 즉 법률상 허용하는 것외에는 모두 금지하고 있어 생활물류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달 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규제 샌드박스’(규제 유예·면제) 대상 분야를 확대하고 ‘포괄적 네거티브(negative·최소 규제)’로의 전환을 엄격히 적용해 규제 장막을 확실히 걷어내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 총리 말은 하지 말라고 금한 게 아니면 모두 허용하라는 취지이지만, ‘타다금지법’까지 밀어붙인 국토교통부는 요지 부동이죠. 법에 없는 택시를 이용한 소형 택배를 준비했던 딜리버리티에 대해 1년 8개월이 되도록 규제샌드박스는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승미 딜리버리티 대표는 “생활물류법 통과로 사업이 아예 불가능해질 까 우려된다”고 말했고,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포지티브 규제, 최대규제를 쓰는 우리나라는 기득권 집단의 방해로 신규 모빌리티는 ‘왕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③비대면 시대 배달 수요 느는데…탄소중립과 배치

코로나로 집안에서의 생활이 늘면서 음식도 쇼핑도 배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반기쯤 코로나가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도 손끝 하나로 쇼핑하고 주문하는 편리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죠.

하지만 생활물류법은 택배·배달 수단으로 트럭과 오토바이만 언급해 낮에 손님이 없어 주위를 배회하는 택시나 드론·킥보드 배달 등은 법의 사각지대로 남겨뒀습니다.

기존 운송 수단을 늘어나는 택배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중립’과도 배치되죠.

시민단체 규제개혁당당하게는 “자전거 택배, 도보 택배, 킥보드 택비, 드론 택배 등의 싹을 자르는 이번 개악은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주도하는 탄소 중립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화물 업계 로비가 통한 것”이라며 “포지티브 규제(최대 규제)로 작동해 트럭·오토바이를 제외한 나머지 물류는 불법이라며 금지할 것이다. 제2의 타타금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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