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인공지능 시대, 직업도 애인도 바꾼다

  • 등록 2016-03-09 오전 8:21:17

    수정 2016-03-09 오전 8:21:1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이 전면화되는 세상이 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전문가들은 정말 다른 세상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 세기의 바둑대국이 끝나는 3월 15일 누가 최종 승자가 되느냐에 관계없이, 인공지능이 30년 안에 나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AI)란 인간과 비슷하게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출처:http://www.valuewalk.com
터미네이터는 아니다..인공지능이 일자리 바꿔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을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하는 스트롱 AI와 그렇지 않은 AI로 구분하면서, 실험실에서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하는 터미네이터 수준의 AI(인공지능)을 개발할 순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5번의 대국 결과, 설사 인간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에게 기계를 대표하는 알파고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우리의 삶을 파괴할 인공지능 컴퓨터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소위 인간의 지적 능력은 물론 오감까지 대체하는 스트롱 AI는 실험실에서 의도된 형태가 아니면 안 할 것이다”라면서 “그보다는 번역기,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처럼 내가 효율화하고자 하는 목적에 동원하는 AI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다섯 번 대국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AI는 의료, 법률자문, 주식거래, 인터넷 검색 행위 등의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IBM 왓슨 같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X레이 같은 엄청나게 많은 환자기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치 병의 패턴을 찾아 예방법을 알려줄 수 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행법에 대한 다양한 판례를 참고해 법률자문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줄어들거나 사회적인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강 위원은 “사실 낮은 수준의 지능화서비스가 인터넷 포털에서 실현돼도 사람들은 풍부한 법률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서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져도 구글은 알파고의 인공지능을 범용화해서 헬스케어나 인류가 직면한 환경파괴나 난치병 같은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으로 응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미래연구실장은 “AI는 정말 다른 세상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믿는 게 사실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중요 일자리에 대한 가치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전문직으로 불렸던 의사나 변호사, 펀드매니저, 기자 등의 직업이 대체되고, 로봇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예술가, 개그맨 같은 엔터테이너, 간호사 같은 케어 서비스 직종이 뜰 것이란 예상이다.

염 실장은 “AI가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나는 돈이 없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상품은 넘쳐흐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장미빛이냐, 저주의 사회냐를 논하기 전에 현재와 달라지는 삶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A.I.’(2001년)
AI는 빅데이터 경쟁력… 애인도 바뀌는 시대

전문가들은 구글이나 IBM의 AI 경쟁력은 알고리즘(정보처리절차) 자체가 아니라 수 많은 데이터를 집적한 빅데이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단 컴퓨팅 파워가 좋아지면서 스냅시스라고 하는 신경망 하나에 해당되는 컴퓨터의 능력이 발전된 점과 함께, 인터넷에 사물인터넷(IoT)까지 발달하면서 데이터의 절대량이 많아지고 이를 분석해 낼 수 있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같은 기술이 나온게 AI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다.

강 위원은 “구글이 AI와 관련해서 텐스 플로우(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은 아무리 우리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체계를 공개해도 데이터에 있어서는 어느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때문이다. 파라미터(데이터 패턴분석)을 쫓아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만들면서 전세계 도로의 주행 환경이나 운전자의 행동 패턴에 대해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 역시 알고리즘 자체보다는 데이터의 힘을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강 위원은 또 “우리나라처럼 땅 덩어리가 적어 데이터 수집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선 얼만큼의 AI 기능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이입하는 걸 목표로 K팝이나 웹툰 같은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지능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애완동물처럼 밥을 줬던 다마고치를 기억하는가?‘라면서 ”밥을 주고 키우고 사랑을 줬는데 여기에 특별한 AI가 있어선 아니었다. 얼마나 사람과 소통하느냐의 문제였다“고 부연했다.

식사도 잊을 만큼 병아리 밥주기에 열정적이었던 다마고치. 높은 수준의 AI가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열중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면서 이성이나 합리성이 강조되자, 반대로 개개인은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가치를 더 많이 부여하게 됐다는 의미다.

염용섭 실장은 “AI가 영화 ‘her’처럼 살아 있는 애인을 대체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면서도 “낮은 수준의 AI, 감성을 살짝 입힌 AI서비스는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잘 나갈 때 한국영화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나 진한 인간애 영화로 승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경쟁력일 뿐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높은 수준의 AI인 알파고처럼 블록버스터로 가야 한다. 전 세계 AI는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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