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에 집값이 엄청나게 뛰고, 전통이 파괴된다."(라코스트 마을 주민들)
세계적인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 지역의 라코스트(Lacoste) 마을 주민이 마을의 개발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인구 400명인 이 마을은 사디즘(Sadism·가학성애·加虐性愛)의 원조격인 사드(Sade) 후작이 살았던 성(城)이 있는 곳으로 외부에 조금 알려졌을 뿐, 보잘것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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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을에 9년 전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피에르 가르뎅이 사드의 옛 성을 사들여 여름 음악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매년 7월 열리는 여름 축제는 피에르 가르뎅의 유명세에 힘입어 곧 여름철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름 음악 축제 정착에 기울인 가르뎅의 정성은 남달랐다. 축제를 보러 오는 외지인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 중심가의 빵집, 꽃집, 야채가게, 신문판매대, 카페, 레스토랑을 대거 사들였다. 낡은 주택도 사들여 호텔과 갤러리로 개조했다. 가르뎅이 지금까지 사들인 주택과 건물은 모두 42채. 사드의 성 구입비용까지 합쳐, 지난 9년간 모두 총 3000만 유로(540억원)를 이 마을에 투자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작년 3월, 라코스트 마을의 시장 선거에선 '개발'이냐 '전통의 보존'이냐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선거에서 개발 반대파 후보는 "역대 시장들이 피에르 가르뎅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마을을 마음껏 유린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면서 근 40%의 지지율을 얻어, 피에르 가르뎅에게 충격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