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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이탈리아·미국·프랑스의 스텔란티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가 합작한 ‘오토모티브 셀즈 컴퍼니’(Automotive Cells Company·AC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드칼레에 프랑스 최초이자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3기가와트시(GWh)로 2030년까지 4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날 ACC는 그동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의존하던 관행을 탈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얀 뱅상 ACC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에서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 공장엔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아시아와 경쟁에서 유럽의 산업 주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ACC는 프랑스 공장에 이어 2025년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과 2026년 이탈리아 테르몰리에 배터리 공장을 구축·가동해 2030년까지 12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총 70억유로(9조8800억원)가 투입되는데 이 중 12억유로(1조6900억원)는 EU를 포함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부와 각국의 지방 정부의 지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업들이 배터리 공장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2030년 EU가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게다가 독일·헝가리·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배터리 기업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 여건도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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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유럽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86GWh에서 2025년까지 100GWh로 확대한다. 또 미국 포드·튀르키예 코치와 합작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SK온도 헝가리에서 각각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히자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 메트카토르 중국학연구소에선 중국 배터리 기업이 지난 5년간 유럽에 17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장악했던 유럽 배터리 시장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2020년 17%였던 중국의 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2년 34%로 대폭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EU 시장 점유율은 68%에서 64%로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EU 시장의 확보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전략적 파트너 선정을 본격화하는 앞으로의 1~2년이 미래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재원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최대한 지원하는 동시에 배터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망 강화 대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