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연구욕심…공공기관 용역 입찰담합한 대학 교수들

공정위, '입찰담합' 서울대·건국대·안동대에 과징금
용역 따내려 담합 공모…산학협력단 과징금 첫사례
  • 등록 2021-06-06 오후 12:00:00

    수정 2021-06-06 오후 12:00:00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서울대·건국대·안동대 교수진들이 공공기관 연구용역 발주에서 입찰담합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대학 산학협력단이 연구용역 담합으로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은 첫 사례다.

6일 공정위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농촌지역 비점오염원 관리 연구용역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한 서울대·건국대·안동대 산학협력단과 한국수계환경연구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7~2018년 환경공단이 발주한 농촌지역 비점오염원 관리 최적 관리기법 적용·확산 시범사업 연구용역 입찰에 참가하며 사전에 낙찰예정자, 들러리,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이 사업은 영농활동에서 발생해 하천으로 유입되는 비료성분 등의 오염물질을 저감시켜 하천의 목표 수질을 달성하려는 사업이다.

건국대 산학협력단 소속 윤모 교수와 한국수계환경연구소 정모 소장은 2017년 연구용역이 공고되자 투찰 가격을 산정해 서로 공유해 건국대 연구팀이 이를 낙찰받도록 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윤 교수가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과제였다. 수계환경연구소는 윤 교수와 제자들이 운영하는 연구소였다. 단독으로 입찰할 경우 유찰이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들러리를 내세운 것이다.

윤 교수와 정 소장은 2018년 공고 사업에선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하며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들러리로 세웠다. 하지만 적격심사 점수 미달로 낙찰받지 못했다.

이들은 다시 사업이 진행되자 서울대 산학협력단 송모 교수, 안동대 산학협력단 전모 교수에게 들러리 참가를 요청하고 투찰가격을 사전에 알려주는 방식으로 두 번째 사업도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건대 산학협력단에 3000만원, 수계환경연구소에 23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또 들러리로 참여한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안동대 산학협력단에는 각각 1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대학교 산학협력단 입찰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로서 대학 교수들이 가담해 진행된 담합 행위에 대해 입찰 참가 주체인 산학협력단에 책임을 물어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는 연구용역 입찰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 분야 연구용역 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와 같은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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