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동생이 알았다면 그리 안 했을 것" 최후진술

최 회장, "가장 힘든 건 오해"..동생과 장 실장 선처 호소
검찰 4년 구형..변호인 무죄 확신
  • 등록 2012-11-23 오전 10:01:15

    수정 2012-11-23 오전 10:37:1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변론종결 공판에서 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이날 저녁 8시경부터 10여 분 간 진행된 최후 진술에서 1년 가까이 진행된 공판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반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생인 최재원(49) 수석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먼저 “이 사건 초기에는 당황스럽고 억울했다”며 “왜 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기소되고 재판받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 하는지 괴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통해 제 부덕과 불찰로 제 주변의 일이 생겼다고 생각돼 송구스럽다”면서 담담하게 이번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가장 힘든 건 오해..동생과 장 실장 선처 호소

그는 “(재벌 그룹에 대해 알려진 것과 달리)실제로는 계열사들이 독립적 위치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SK는 마치 하나인 것처럼 총수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 같은 오해가 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실제로는 좀 더 독립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면 어려운 전쟁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고인 신분인 최 회장은 동생인 최태원 회장과 당시 SK그룹 재무실장이었던 장모 씨에 대한 선처도 호소했다.

그는 “저도 재판 중이어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 뭣하지만, 동생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못한 제 불찰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제 동생이 누를 끼칠지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제 동생은 항상 신뢰를 줬으며, 그 점은 제가 제 동생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모 전 실장에 대해서도 “그는 소버린 사태와 타이거펀드 사태 때 많은 일을 해준 상당히 바른 사람인데, 재판과정에서 개인재산만 관리하는 사람으로 비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항상 저에게는 재벌2세, 회장님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서 나름대로 제 능력을 평가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미흡하고 아쉬운 일이 많지만, 선처해주시면 더 큰 조직의 장으로서 부족했던 신중함을 키우고 더 모범적이고 사려깊은 경영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검찰 4년 구형..변호인 무죄 확신

검찰은 최태원 회장이 개인 자금 마련을 위해 SK텔레콤(017670)SK C&C(034730) 등 7개 계열사로 부터 1000억원이 넘는 펀드를 조성하고, 그 중 일부를 펀드가 구성되기 전에 선입금하도록 한 뒤 450억원을 최 회장 형제 옵션투자를 관리하던 김원홍 씨에게로 불법 송금하는데 관여했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불법 송금 지시 사실을 고백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장 전 실장(전무)에 대해서도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이 펀드외에도 중국 샨다와 구성한 펀드도 일시납을 제안하는 등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SK(003600)계열사로부터 조성한 펀드와 다르지 않고, 해당 펀드는 각 계열사의 미래사업소싱팀 등 실무팀에서 검토한 자료가 있는 등 펀드 조성과 선입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펀드 구성 시 SK그룹 임원 출신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한 것에 불과하며, 450억 송금 역시 최재원 부회장이 지시하긴 했지만 ‘베넥스 계좌에 있으니 잠시 쓰고 입금해도 문제없다’는 김 전 대표 말을 믿고 문제없다고 생각해 이뤄진 일이라며 최 회장은 무죄를 확신하고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선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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