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게임단인 ‘T1’을 분사해 컴캐스트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를 두 달 뒤 출범시킨다. ‘T1’ 오너십이 있는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컴캐스트는 2대 주주가 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내 대기업이 e스포츠 전문 기업을 만드는 건 처음이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접목한 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관심 있는 SK텔레콤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케이블TV·방송사이자 미국 1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간 혈맹이어서 파급 효과가 관심이다.
조인트벤처 설립을 주도한 터커 로버츠(Tucker Roberts·29) 컴캐스트 e스포츠 총괄은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의 외아들이자, 랠프 로버츠 컴캐스트 창립자의 손자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e스포츠와 게임사업부터 시작하나 유니버셜스튜디오 등 컴캐스트 산하 미디어·콘텐츠 회사들과의 협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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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개막하루 전인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텔레콤은 컴캐스트 그룹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담당하는 ‘컴캐스트 스펙타코어’(Comcast Spectacor)와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설립 등을 담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터커 로버츠 e스포츠 총괄은 “컴캐스트는 오버워치리그에 진출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OL)리그에는 진출해있지 않아 여러 팀을 검토했고 T1이 분사해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에 SK텔레콤과 3개월간 이야기했다”며 “e스포츠는 미디어 시장으로 확대된다는 데 양사가 확신했고 가장 적절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조 시장, 5G 시대 겨냥한 e스포츠 콘텐츠 사업 시동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세계 e스포츠 산업은 지난해 8억 6900만 달러(약 1조원)규모에서 2022년 29억 6300만 달러(약 3.3조) 규모로 매해 35% 고성장중이다. e스포츠의 핵심 수익원인 상금, 중계권, 스폰서십, 광고, 상품 판매만 종합한 것이고, 약 101억 달러(11.3조원, Streamlabs 2018년 10월)의 게임 스트리밍 시장을 포함하면 지난해 관련 산업 규모는 연간 12조원대로 커진다.
SK텔레콤 허석준 전무(PP그룹장)는 “LOL 리그 결승전은 MLB(메이저리그베이스볼)보다 시청자수가 많다”며 “5G를 런칭하면서 AR·VR기술은 있는데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고민이었는데 e스포츠가 적합하다고 봤다. e스포츠는 웹툰, 영화, 뮤직의 원천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커 로버츠 총괄은 “e스포츠 선수의 일상을 재밌게 만드는 클립, 주 1회 정도 스토리로 만드는 미디어 파일, 시즌 단위로 기획하는 리치 콘텐츠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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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협력도 논의한다. SK텔레콤은 지상파 방송사와 제휴해 미디어 사업 경쟁력과 한류 콘텐츠 제작 역량이 있고, 컴캐스트는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NBC유니버셜’, ‘드림웍스’ 등과 세계 곳곳에 방송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파트너십 체결식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디베시 라즈(Devesh Raj) 컴캐스트 그룹의 전략기획부문 총괄, 터커 로버츠 컴캐스트 e스포츠 총괄 등이 참석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e스포츠, 미디어 등 뉴ICT 사업 확대를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터커 로버츠 컴캐스트 e스포츠 총괄은 “한국에 가면 PC방에서 어떤 게임이 인기인지 유심히 본다. (에픽게임즈의 배틀로얄 게임인) 포트나이트는 한국에선 인기가 없지만 미국에선 인기여서 미국에서 팀을 만들 것”이라며 “K팝 등 K콘텐츠도 인기가 많아 자막을 달고 실시간 더빙을 해서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