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계적 거장 움베르트 에코 별세

  • 등록 2016-02-21 오전 9:46:57

    수정 2016-02-21 오후 3:50:53

움베르토 에코(출처:AFPBB)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세계적인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고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84세.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에코가 암 투병 끝에 19일 오후 9시30분께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에코는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 ‘프라하의 묘지’ 등의 소설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거장이다. 그러나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미학, 기호학 등에 걸쳐 활약하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1932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후, 토리노대학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토리노대, 밀라노대 등 이탈리아 유수의 대학 강단에서 미학과 건축학, 기호학 등을 가르쳤으며 1971년부터는 볼로냐대에 몸담았다.

특히 그는 1980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장미의 이름’을 쓰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종교의 독선과 권력이 인간의 자유를 어떻게 구속했는지 생생하게 그린 이 소설은 그에게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이탈리아 스트레가상을 안겼다.

아마존에 따르면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5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또 1989년에는 프랑스 감독 장 자크 아노에 의해 영화화됐고, 영화 역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까지도 에코는 소설 ‘누메로 제로’를 펴내며 이탈리아 사회의 민낯을 조명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또 문학 뿐만 아니라 ‘중세의 예술과 미학’, ‘기호학 이론’, ‘독자의 역할’, ‘기호학과 언어철학’, ‘해석의 한계’ 등 그가 저술한 학술 이론서 역시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부패와 전횡을 비판하는 등 현실 정치에도 거침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에코는) 유럽 지성에서 드물게 탁월한 이”라면서 “특별한 지식과 무궁무진한 미래 예측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국경을 넘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그는) 대단한 인문주의자”로 칭하며 “도서관은 만족할 줄 모르는 독자를, 대학은 눈부신 교수를, 또 문학계는 열정적인 저자를 잃게 됐다”고 애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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