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 영화 ‘돈’ 포스터.(이미지=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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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화려한 주식 브로커의 삶을 다루는 영화들 시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대박을 좇아 증권가에 입성한 주인공은 큰돈을 벌어 유흥에 빠졌다가 사건사고로 위기를 겪은 후 좌절하거나 뉘우치곤 합니다.
얼마 전 개봉해 관객 몰이에도 성과를 거둔 영화 ‘돈’은 불법 행위로 부당 이득을 거두는 작전 세력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과거 개봉한 ‘작전’과 비슷합니다. 다만 이들을 추적하는 금융 당국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면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 번호표(오른쪽)를 만난 조일현. 둘은 열심히 공모해 수백억워대의 불법 이득을 취한다.(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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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프로그램·공매도로 수백억 이득
영화는 증권사 주식 브로커로 입사한 조일현(류준열)이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 함께 작전을 벌이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영화에서 조일현은 크게 3가지의 불공정거래로 번호표에게 이득을 안깁니다. 스프레드 거래와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등 주식시장의 투자 기법을 이용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펀드 매니저나 다른 증권사의 주식 브로커 등 번호표와 연관된 세력들이 함께 모의를 합니다.
단기간에 큰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자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금융감독원 검사역인 한지철(조우진)이 관심을 가집니다. 일현을 둘러싼 모종의 거래가 불법 행위임을 직감한 지철은 그를 추적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합니다. 일현은 번호표에게 수십억원대 보수를 받지만 조세 회피처인 바하마의 비밀 계좌를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자금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좇는 지철에게 일현은 “영장도 없으면서 왜 따라오냐”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죠.
지철은 검찰과 팀을 꾸려 수사에 나서 일현을 압박합니다. 번호표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모습에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던 일현도 결국 지철과 협조하면서 번호표를 잡아넣는데 성공합니다.
| 스토커처럼 일현을 좇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한지철(가운데).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고 해서 별명이 ‘사냥개’다. (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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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지는 불법행위들…수사권 확대 필요성↑불공정 거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가장 큰 조직은 검찰입니다. 주식 관련 불법 행위를 잡아내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작전 세력을 잡아냅니다. 2013년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설립한 자본시장조사단입니다. 줄여서 자조단이라고 부르는데 자본시장의 다양한 불법·불공정 행위들을 적발합니다. 검찰과 협력해 수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금감원도 특정 주식, 계좌에 과도하게 자금이 몰린다거나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이상 현상을 감지하면 조사에 들어갑니다. 다만 금감원은 자조단, 검찰처럼 강제 수사권이 없습니다. 영화의 한지철처럼 의혹을 갖고 자체 조사를 벌일 수는 있지만 강제로 계좌 내역을 열어본다거나 회사를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주가 조작이나 무자본 인수합병(M&A)처럼 다양한 불공정 행위들이 점차 늘어나자 정부도 자본시장 수사 인력 확대를 도모합니다. 이에 금감원이 경찰처럼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이 가동합니다. 금감원 직원도 의심 있는 거래를 발견하면 강제 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최근 운영 방안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수사권이 확대되면 갈수록 다양해지는 불공정거래들을 잡아낼 수가 있을까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영화처럼 개미들의 등골을 빼먹는 세력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사냥개’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영화는 여의도 증권가의 치열한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만하다.(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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