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 창조경제 동물원 논쟁의 허와 실

  • 등록 2016-09-17 오전 9:57:52

    수정 2016-09-18 오전 9:44:1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창조경제 동물원 논쟁이 한창입니다. 9월 3일(현지시각)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혁신센터) 17개를 두고 대기업 하나씩 독점권한을 줬다”며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2주일 동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열 통이 넘는 메일(혁신센터 메일전달이 대부분이었지만)을 보냈고 ,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 민경욱·송희경 의원과 국민의 당 김경진·오세정 의원이 나서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은 9월 8일부터 13일까지 안철수 의원에게 줄기차게 공개토론과 간담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혁신센터 보육기업협의회도 성명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답이 없는 공허한 싸움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의원의 발언은 창조경제를 외치지만 여전히 대기업 위주인 정부 정책 전반과의 부조화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긍정성을 몰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부·여당의 반박 역시 전국 혁신센터의 의의나 그곳에서 꿈을 향해 매진하는 1200개 스타트업의 억울함만 살피다 보니, 사태의 본질보다는 말꼬리 잡기나 여론몰이에만 나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기업과 협력해 전국 17개 시도에 만든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범 초기 ‘대기업 팔비틀기’ 논란이 있었지만, 스타트업들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 대기업 현황
보육기업들은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으로부터 기술개발, 지분투자, 멘토링을 넘어 해외 전시회 무료 참가 , 해외 크라우드 펀딩 유치 같은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받고 있습니다.

또한, 각 지자체나 대학과 연계해 날로 어려워지는 지역경제를 살리는거점이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전남센터·강원센터 오픈때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야권인 이낙연 전라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참석해 센터 출범을 축하했습니다.

2015년 5월 11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자들이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근혜 대통령, 김상헌 네이버 대표다.
전국 혁신센터들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서 제 역할을 100%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한 정부 통제와 보여주기식 행사에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뺏긴다는 점, 정권 말기로 가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센터 직원들, 시간이 걸리는 창조경제에 빨리빨리 답을 내놓으라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걱정입니다. 급여나 복리혜택 등이 정규직과 동일하다지만 현재 혁신센터의 비정규직 비율은 46% 정도 됩니다.

혁신센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공 인프라가 될만한 자격을 갖췄지만, 여전히 스스로 혁신해야 할 존재인 것이죠. 그런데도 정치권은 죽기 살기로 싸움만 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국가공인 동물원인지, 미래 세대에게 열매를 선사할 과수원인지는 지금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이 정말 창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조만간 0%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겹쳐 우리나라에서 자녀들이 일자리를 가지려면 창업과 융합(제4차 산업혁명)밖에 답이 없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창업해 망하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개선할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완화(경제구조 개혁)▲자기조직 감싸기가 본질인 정부부처의 권한 축소를 통한 과감한 규제 완화(비즈니스 꾸러미 단위로 규제 개선)▲금융규제 완화를 통한 관치금융 혁파(핀테크 산업육성을 통한 금융구조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에서 ‘그것’의 이름을 창조경제로 부르든, ‘상생경제’로 부르든, ‘혁신경제’로 부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그것’에 씨를 뿌렸다면, 다음 정부는 ‘그것’의 방향은 유지한 채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9월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의 모임인 혁신센터 협의회 명의의 기자회견 모습이다. 박용호 서울센터장, 김선일 센터협의회장, 송희경 의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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