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예산 예비비로…“시범사업 결과따라 수정 가능”

  • 등록 2015-09-13 오전 11:00:42

    수정 2015-09-13 오후 6:33: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혈세 낭비 논란이 큰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의 내년 예산을 정식 예산이 아닌 ‘예비비’로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비란 정식 예산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어디에 얼만큼 썼는지 국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재난망에 잡힌 내년 예산 2776억9600만 원이 예비비가 된 것은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정부 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심진홍 국민안전처 재난정보통신과장은 13일 부실한 계획으로 재난망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계획 수정 없이 사업을 강행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내년 재난망 예산은 예비비로 편성됐다”면서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서 전면적인 재검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과장은 “정식 예산으로 잡혔으면 완전히 잘못돼도 어떻게 풀기 어려운데 (예비비여서) 그렇지 않다”면서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구축방식과 운영을 포함한) 사업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재난망 기술표준(PS-LTE)에 대한 국제표준화 일정도 변수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국민 세금을 날릴 생각은 없다”면서 “국제 표준화 일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주제어시스템이 있는 곳(평창)과 그렇지 않은 쪽(강릉·정선)의 시범사업 내용을 달리 해서 평창은 최대한 자가망, 다른 쪽은 최대한 상용망으로 검증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난망에 대한 정부 입장이 신중론으로 바뀐 것은 재난망에 대한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물론 통신 및 장비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말까지 공공안전 LTE(PS-LTE)를 표준으로 해서 전국에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하고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일부 써서 재난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나, 논란이 크다.

정부가 직접 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국가 재정에 압박이 될 게 명약관화한 이유에서다.

재난망 총사업비는 지난해 9월 1조7338억 원(구축비 9042억 원, 10년간 운영비 8296억 원)을 책정했는데 기재부 총사업비 검증에서 한 차례 깎였지만 여전히 국민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 통신사들이 매년 조 단위로 신규투자해 망을 업그레이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재난망에는 결국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품질협약(SLA)을 체결해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빌려 쓰면서 일부 음영지역에 자가망을 구축하거나, 재난망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재난망 사업은 KT(030200), SK텔레콤(017670) 등 통신사와 LG CNS 등 IT서비스 업체, 삼성전자,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등 장비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국민안전처에 재난안전구축기획단을 두고 있으며, 미래부는 기획단에 공무원 2명을 파견했다. 또한 미래부는 재난망기술지원TF를 두고 국민안전처와 함께 재난망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전략계획(ISP) 지원업무를 맡았던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재난안전팀은 지난 7월 조직개편과 함께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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