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했던 佛 르노 2인자, 결국 면직..왜 그랬을까

말단 사원에서 30년만에 부회장 오른 르노맨
2주전 "GM이나 포드 이직 고려했다" 솔직한 인터뷰
갈길 바쁜 르노에 날벼락..중국 첫 진출 성과 주목
  • 등록 2013-08-31 오후 2:10:01

    수정 2013-08-31 오후 2:10:01

[이데일리 성문재·김태현 기자]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의 카를로스 타바레스(사진·55)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졌던 만큼 그의 사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르노는 29일(현지시간) 긴급이사회를 열고 “ 타바레스 COO가 개인적 이유로 자리에서 즉시 물러난다”며 “이번 결정은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는 또 “타바레스가 CO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르노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노가 새 COO를 발표하는 대신 기존 경영진들이 그의 업무를 나눠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리 프랑스라지만 너무 솔직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FT는 타바레스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대해 그가 2주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솔직한 발언들을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타바레스는 곤 CEO의 은퇴를 기다리고 싶지 않으며 대신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자동차로 이직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면 명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타바레스는 또 “자동차 산업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최고의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싶을 것”이라며 “회사 밖에서 기회를 찾는 것은 불충(不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59세인 곤 CEO는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을 살려내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자동차회사로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업계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곤 CEO가 5년 후 은퇴하면 그때 자신은 60세가 된다며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너무 늦다고 불평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GM과 포드 모두 조만간 수장을 교체해야할 시점에 있다. 대니얼 애커슨 GM CEO는 64세, 앨런 머랠리 포드 CEO는 68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곤 CEO가 휴가 중에 이 소식을 접했고 크게 분노했다는 측근의 말을 전했다.

평생 르노맨일 줄 알았는데..

포르투갈 태생의 타바레스는 대학 졸업 후인 지난 1981년 시험운전 기사로 르노에 입사했고 지난 2011년 7월 30년만에 부회장에 오른 ‘르노맨’이다. 또 르노의 일본 파트너 닛산을 회생시킨 주역 중 하나다. 이같은 점에서 많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그의 이같은 발언에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이안 플레쳐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임이) 갑작스럽긴 하지만 최근 발언을 비춰볼 때 지난 몇달간 회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GM측은 “타바레스가 GM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의 경우 마크 필즈 COO가 현 CEO 앨런 머랠리의 뒤를 이를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퇴양난 빠진 르노의 운명은

FT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2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고 오는 2016년까지 7500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르노로서는 이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 달가울 리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40억유로(약 5조8750억원)를 투자한 전기차의 경우 수익을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연합(EU) 승용차 시장은 전년대비 6.6% 줄어든 620만대 규모로 집계됐다. PSA푸조시트로엥에 이어 프랑스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르노는 같은 기간 54만5000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4.5% 감소한 수치다.

WSJ은 르노가 신기술에 대한 투자 경쟁을 지속해나가면서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해외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르노는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중국에서 새로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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