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종만 대표, "영화 `300`과 한 우물 파기"

  • 등록 2007-04-09 오전 10:00:00

    수정 2007-04-09 오전 9:48:55

[아비코전자 이종만 대표] 요즘은 'T'자형 인간, 'T'자형 기업이 뜨는 시대이다.
 
어떤 이는 '파이(π)'형이라고 해서 한가지 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에 깊은 지식을 가져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면 'I'자형 처럼 좁고 깊게 사고하는 사람은 어떻게 이 거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걸까? 거꾸로 한 우물을 판다면, 좀 멍청해 보일까? 도대체 한 우물을 파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면 너무나 멍청한 짓 일텐데….
 
지금 우리 회사 중국 공장이 활발하게 움직여 가야 하는데, 지난 설 연휴(춘절) 때문에 커다란 낭패를 봤었다.
 
고향에 간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오는 인원이 무척이나 줄어들었다. 중국 여기저기서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한창 바쁠 때라서 그 여파가 너무나 컸고,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한 우물 판답시고, 제조 아이템을 한 두 가지로 집중해서 방향을 설정하고, 전문업체라고 해외 공장 한 곳에 올인 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고객 구매 담당자는 한 시가 급하다고 난리 블루스인데, 우린 천수답에 물 대기 꼴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집에 간 직원들이 제발, 어서 빨리 돌아와 주기를.. 그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 모집에 열을 올려 겨우 위기를 잠재웠다.
 
이젠 제 2공장을 건립해야 할 것인가가 회의 주제가 되었고, 임직원 여럿이 현지로 달려가서 현지 합동 회의를 했다. 마치 삼성전자 프랑크푸르트 회의 흉내를 냈다고나 할까?
 
얼마 전 `300`이라는 영화를 봤다. 물론 그 전에 만화 원작을 사서 보고 난 뒤였다. 항복을 권유하러 스파르타를 찾은 사신들을 그대로 우물로 밀어 던져버리는 첫 장면, 높디 높은 절벽 위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자들을 만나기 위해 기어 오르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100만 대군(실제는 훨씬 적었다고 하는)을 거느리고 그리스 반도로 넘어와 항복을 요구하는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화살이 비 오듯 날아와 마치 검은 구름처럼 하늘을 가린 장면, 이들에 대항하여 좁은 협곡 Hot Gate로 유인해 싸우고, 버티는 300명의 용사, 그리고 끝내 사흘만에 모두 몰사를 당하는(사실 죽을 수 밖에 없는 승산 없는 싸움) 우직한 부하들.
 
오리엔탈(동양)을 비하했다는 평은 사실이지만 (괴물이 나오고, 피어싱을 여기저기한 거인이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이고, 그리고 전쟁에 진 이유도 싸움의 열세가 아니라 내부 배신이 원인이며, 화살이 하늘을 덮어서 방패에 무수히 꽂혔는데도, 아무도 죽지도, 다치지도 않은 스파르타 군인들 등), 그러나 나의 관점은 좀 달랐다.

이렇게 한 우물을 파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회사와 오버랩이 되는 건 무슨 조화일까? 오로지 수동 전자 부품만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0 여년 동안 여러 가지 유혹도 많았고, SMT 사업제안도 받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Semi- A'SSY' 를 해 보지 않겠는냐는 권유도 받았고, 변신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논리에 다른 아이템에 손을 대 보기도 하였지만 능력의 한계도 느꼈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이 "R, L, C" 전문 기업이 되자, 물론 그 종류도 많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몇 가지를 제조도 하고, 상품 판매도 해 보는 것이 결론 이었다. 최근에는 칩 캐퍼시터의 수입 판매를 시작했고, 칩 인덕터도 연결 라인을 찾아 발굴하고 있다. 또한 캐퍼시터 중에서도 한 가지 아이템을 선정해 제조해 볼 생각도 있다.
 
우리의 현재 전자부품 시장은 제조업자가 리드하는 'Manufacturer Market'에서 'Buyer Market'으로 이미 바뀌어 나가고 있다. 그 틈새에 유통업자가 중간 이익을 선점하는 구조로 바뀐 지 오래이다.
 
일본의 구매 조직은 벌써 이와 같은 조직으로 변신한 지 오래이며, 이 들이 제품 품질을 평가하여,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구매 조직은 마쓰시타나 도시바, 그리고 소니 에릭슨 모두 이런 별도의 구매 조직(Buying Office)이 좌지우지 하는 실정이다. 이를 본받아서 삼성전자에도 이와 유사한 조직이 몇 년 전 생겨났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장렬하게 죽을 수는 없다. 그 것은 영화일 뿐이다. 현재의 우리는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 평균 20년이 회사의 수명이고, 30년을 넘기면 그 나름대로 자생력이, 살아 남고자 하는 면역력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누가 아랴? 1년 후의 미래를, 아니 1달 후의 일을..

그렇기에 기업이 무엇인지(먼저 글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자문을 해 보면서, 우리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본다.
 
레오니다스는 함께 죽을 자신의 신하를 이렇게 부른다. "친구여, 스파르타인이여!"
나도 우리 회사 식구들을 (여기에 벌써 나의 마음이 들어 있지만) 이렇게 부르고 싶다.

"친구여, 빛의 속도로 변하는 바로 이 시대에 우리 지혜를 보아서 함께 가자. 저 높은 곳을 향하여…저 원대한 우리의 목표를 위하여, 친구여!"
 
 
이종만 사장
<약력>
서울대 및 대학원 졸업
행진개발 주식회사 (1981년~1989년)
아비코전자 주식회사 (1990년~)
아비코전자주식회사
1973년 한일합작으로 시작,저항기 제조
1978년 지분 100% 인수
1989년 칩저항,리드인덕터 제조
1996년 칩인덕터 제조
2002년 코스닥 등록
2004년 파워인덕터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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