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한옥을 지으면서 공들였던 부분은 편리한 공간 구성과 주택 기능 개선이었다. 그는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고 현대적으로 개량한 신한옥을 갖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나무 사이사이로 외풍이 들어와 겨울에 춥다고 알려진 한옥의 불편함을 고효율 단열재로 개선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공사비가 생각보다 저렴한 것도 매력 요소다. 김씨의 한옥 공사비는 99㎡형을 기준으로 3억원으로 기존 한옥보다 30~50%정도 싼 편이다.
요즘들어 한옥이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을 적용한 신한옥이 대거 등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여러 지방자체단체에서 한옥 건립을 지원하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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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은평한옥마을에 들어선 한옥은 체험관 포함 총 11가구다. 현재 22가구가 공사를 진행 중이고, 5가구는 건축 허가를 받은 상태다. 총 156개 필지 중 올 연말까지는 30여가구가 완공될 예정이다.
은평한옥마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신한옥 기술을 적용한 한옥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어서다. 은평구는 명지대와 함께 신한옥 기술로 만든 한옥인 ‘셋이서문학관’을 지어놓고 분양자들에게 신한옥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은평한옥마을에서 지어지는 한옥은 거의 대부분 신한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한옥마을이 완성되면 전국에서 최초로 신한옥으로 만들어진 한옥마을이 생기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전통한옥이 3.3㎡당 1500만~2000만원 정도의 시공비가 들어간 반면 신한옥은 800만~1200만원이면 지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사 기간 역시 기존보다 3~4개월 가량 단축됐다.
신한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내 국가한옥센터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3.3㎡당 시공비를 600만~700만원 선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지자체, 한옥마을 조성 붐…난개발 우려도
한옥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여러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한옥마을 조성과 한옥 건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한옥마을과 서울 북촌, 남산골한옥마을 등 주요 한옥마을은 매년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한옥마을 조성에 나서는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9개 지자체에서 한옥을 신축하거나 기존 한옥의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한옥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에선 일반 건축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한옥을 지으면 최대 8000만원까지 보조금과 2000만원 한도의 무이자 대출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서 한옥마을이 조성 중이다.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 18곳에서 한옥마을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전남이 행복마을 조성사업으로 가장 많은 총 10곳의 한옥마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경기·인천 3곳, 서울 2곳, 전북·충북·강원 각 1곳씩 등에서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전남 나주 금안지구·신광지구, 담양 유천지구, 함평 금덕지구, 무안 에뜨랑지구, 강진 월남지구 등 6곳은 기반시설 조성을 완료하고 일부 한옥의 경우 이미 완공됐다. 반면 강원도 횡성군과 인천 송도한옥마을, 경기 이천 성균제 등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공간문화연구본부(국가한옥센터) 본부장은 “신한옥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1단계 연구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인해 한옥 건립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한옥 방식의 공공건축물 건립과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한옥 문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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