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글로벌 모든 위기의 뿌리는 국제유가 하락입니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 및 관련 기업의 부실화를 초래, 전 세계의 신용 경색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전 세계 디플레이션은 각국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같은 신용 경색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결국 은행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 둔화 역시 산유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증시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국제 유가 하락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에서 유가를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시의 가장 큰 악재가 ‘불확실성’이라는 점에서 최근 증시 반등에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조 센터장은 “유가 하락이 언제쯤 진정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미국의 급격한 원유생산 증가로 공급과잉 상태가 됐지만, 산유국 어디도 감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까지도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여 유가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그러나 향후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특히 2013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지속적으로 회수 중인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는 매수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유가의 극적인 반등이 나오지 않더라도 추가적으로 내리지만 않는다면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달러화 강세의 진정이다. 그는 “유가가 본격적으로 무너진 게 지난 2014년 여름부터인데 그때부터 달러화가 초강세였다”며 “결국 유가 하락의 가장 큰 트리거 역할은 달러 강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시그널이 나온다면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유가 및 증시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유가가 어느 정도만 정상화되더라도 주식시장은 워낙 밸류에이션이 낮기 때문에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현재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약세장 분위기지만 경기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약세장으로 진입하려면 경기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기업들의 이익 레벨이 한 단계 더 낮아져야 하는데 지금 단계는 그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리먼 사태 등 대형 위기 때마다 한국 증시의 PBR은 0.9배까지 내려갔고, 극단적으로 0.8배까지 떨어진 적이 있는데 현재 PBR은 0.9배(코스피기준 1850포인트) 수준으로 시장은 이미 지금의 위기 수준을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공포와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1850 수준을 밑돌면 매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만 부족한 상승 모멘텀을 고려할 때 반등 목표치는 10% 내외로 봐야 한다는 것.
도이체방크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은행권 리스크 확산에 대해선 “유럽이든 일본이든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며 “부실 여신 확대, 금리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영업환경 자체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는 “어떤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행해 은행이 파산하거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대출의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간 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