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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공예가 김진송(53)은 ‘목수 김씨’로 불린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무 깎는 일을 했던 건 아니다. 그에게 부여된 다른 직함은 미술평론가와 예술기획자다. 사실 그는 인문학자 출신이다. 그가 유명세를 치른 건 1999년 한 권의 책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발간하고부터였다.
근현대문화에 올곧게 관심을 갖던 그가 갑자기 목수로 전업을 한 것은 2000년. 이때부터 그의 손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목가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 일이 버겁거나 지겨울 때는 “쓸모없는 것들”도 빚어냈다. 나무인형이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들은 ‘목수 김씨 전’을 통해 대중과의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게 됐다.
작가 ‘목수 김씨’가 새로운 전시를 열었다. 8년 만에 여는 개인전 ‘상상의 웜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다. 나뭇조각과 철조각 100여점을 세워놓고, 움직이는 인형 30여점과 이들이 직접 출연한 영상 20여점을 내놓았다.
목수에겐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무에 뚫린 벌레구멍으로 작가는 ‘상상의 웜홀’을 설명했다. 목수는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상상력도 다르지 않다는 거다. “다른 존재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힘, 다른 세계로 가는 벌레구멍”이 곧 상상이라고 말한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 02-399-1114.